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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후의 제로 컴플렉스

  • gmthp1
  • 2022년 4월 4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7월 28일

ZERO COMPLEX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사과와 두 가지 허브를 더한 디저트 ‘요거트 사과 허브.’

제로 컴플렉스 음식의 일부분이 되는 깨끗한 인테리어.


제로 컴플렉스는 해사하고 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떤 레스토랑보다 뚜렷하고 명쾌하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생기던 때부터 제로 컴플렉스는 이미 자신만만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굳건해져간다. 그 뒤에는 이충후 셰프가 지켜가고 있는 균형이 있다.




감각적인 제로 컴플렉스, 그리고 이충후 셰프

첫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낸 2017년부터 제로 컴플렉스는 단 한 번도 1스타를 놓친 적이 없고, 이충후 셰프는 당시 최연소 미쉐린 스타 셰프였다. 이렇게 덧붙일 필요도 없는 확실한 이력만큼이나 제로 컴플렉스는 선명하다. 그렇다고 이충후 셰프와 제로 컴플렉스가 견고한 고집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언제나 많은 걸 정하지 않은 채로 뭐든 비워두고, 열어둔다. 제로 컴플렉스가 조화와 균형을 지키는 방식이다. 이름만 봐도 그렇다. 좋아하는 숫자 0을 무작정 14개 붙여 ‘제로 컴플렉스’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0의 집합’,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하는 이 조합을 통해 모든 것에 대한 해석과 가능성을 열어두는 이충후 셰프의 자세를 볼 수 있다.


바로 앞 온실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주로 신맛이 나는 허브를 좋아해 옥살리스를 많이 기른다.

제로 컴플렉스의 메뉴는 오로지 코스뿐이고, 구성은 주기적으로 바뀐다. 정해진 주기는 없지만 이들은 주로 계절의 흐름을 따른다. 색감은 물론 식재료 역시 그 계절에 맞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한다. 계절의 색을 그대로 담고 허브가 많이 날 때는 허브, 꽃이 많이 피는 철에는 꽃을 사용한다. 시간과 계절에 중심을 두는 만큼 이충후 셰프는 식재료 근원의 힘에 집중한다. 제로 컴플렉스의 메뉴 역시 식재료에서 출발한다. 상세한 식재료와 명확한 조리법이 드러나는 여느 메뉴명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죽향 딸기와 두릅, 방아를 사용해 요리했다면 재료를 그대로 나열한 ‘죽향 두릅 방아’가 메뉴명이 되는 식이다. 제로 컴플렉스는 이렇게 직관적이고 명료한 데다 때로는 본능적이기도 하고, 모호하게 둘러가는 법이 없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차가운 초콜릿 크림과 앙글레즈를 곁들인 디저트 ‘초콜릿 셀러리악’, 숯불에 구워낸 한우 안심에 발효 비트 퓌레를 깔고 체리, 옥살리스를 더한 ‘안심 발효비트 체리’, 버터와 꿀에 익혀낸 사과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디저트 ‘요거트 사과 허브’, 허브와 죽향 딸기를 이용한 샐러드 디시 ‘죽향 두릅 방아’, 얇게 저민 콜라비, 브로콜리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와 병어를 함께 올린 ‘병어 콜라비 브로콜리.’

이충후 셰프의 제로 컴플렉스가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사진 제공: 피크닉 piknic)


프랑스 시장에서 출발한 이충후 셰프의 디시

이충후 셰프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것 역시 본능적인 쪽에 가깝다. 뭐든 즉흥적으로 만들어 곧바로 결과를 얻는 것을 좋아했고, 그중 하나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우연히 했을 때 누나가 유학하고 있던 프랑스로 간 게 시작이었다. 특정 분야의 요리를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지만 당시 유행하던 분자 요리를 보고 매력을 느꼈다. 조리복 대신 실험복을 입고 과학 실험실 같은 공간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프랑스로 떠난 것이다. 그렇게 떠난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일하면서 여러 영향과 충격을 받았고, 그 시간이 지금의 이충후 셰프를 만들었다.



“비스트로에서 고등어 메뉴를 주문했는데, 라즈베리랑 같이 나오더라고요. 고등어를 베리류랑 먹는다고?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경남 진주에서 자란 제가 그동안 먹은 고등어는 구이 아니면 고춧가루 넣고 조린 반찬이었거든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 메뉴는 투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었지만 조합이 너무 새로웠어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도 잘 조합하면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던 거죠. 그 디시를 먹고 나서 생각했어요, 내가 꼭 실험복을 입고 실험실에서 실험 같은 요리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새롭고 신선한 음식을 만들 수 있겠다고요.”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재료의 흥미로운 조합에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히 시장을 더 자주 찾았다. 당근, 파, 양파, 무 같은 일반적인 것들만 있다고 생각했던 시장에서 다양한 색깔의 당근부터 온갖 종류의 무는 물론, 처음 보는 특이한 채소도 만나면서 식재료에 대한 생각 역시 더 넓어졌다.




제로 컴플렉스의 선명한 방향

메뉴명에 나열된 재료들 사이 빈칸에는 정해진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겠다는 이충후 셰프의 마음이 숨어 있다. 제로 컴플렉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즉흥성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메뉴에도 많은 여지를 둔다. “메뉴명에 자세한 설명을 넣는 것도 좋지만, 제로 컴플렉스는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 위해 그걸 생략해요. 그 조리법대로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거든요. 이를테면 메뉴에 ‘구운 양파’라고 써놓으면 튀길 수가 없잖아요. 어떤 날에는 튀기고 싶을 수도 있는데. 또 그날 좋은 식재료에 맞게 볶을 수도 없는 거죠.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도 있지만 제로 컴플렉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어떤 음식이 나올지 마음대로 상상하게 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해요.”


경계선을 정해놓지 않는 이충후 셰프가 생각하는 다음 장은 ‘재해석’이다. 기존의 클래식한 음식을 제로 컴플렉스만의 방법과 색깔로 다시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을 때 이충후 셰프는 예상치 못한 답을 들려줬다. “공원 가까운 곳에 작은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프랑스 마레 지구에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카페가 있었어요. 초콜릿 케이크랑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자주 갔는데, 나중에 저렇게 우아하게 맛있는 케이크랑 커피를 팔면 좋겠더라고요. 간단하지만 행복하고, 멋있잖아요.” 지금 이충후 셰프가 내놓는 디시도 그렇다. 복잡하고 어렵게 젠체하는 것보다는 명료하고 선명하게 재료 본연의 행복한 맛을 잘 엮어서 내주는 것, 이게 바로 모든 걸 열어놓은 제로 컴플렉스의 뚜렷한 방향이다.


임현정 소믈리에는 와인이 음식의 소스 역할을 하도록 균형을 맞춰 페어링한다. 특히 내추럴 와인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고객의 벽을 허물어주려고 애쓴다. 제로 컴플렉스의 페어링이 더 특별한 점은 코스의 각 디시에 모두 다른 와인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제로 컴플렉스

프렌치 스타일을 기반으로 군더더기 없는 디시를 맛볼 수 있다. 간결한 메뉴와 큰 통창을 시원하게 두른 공간까지 모두 이충후 셰프만의 색깔이 그대로 엿보인다. — 런치 11만 원 / 디너 17만 원

—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 12:00~22:30 / 15:30~18:00 브레이크 타임(월요일 휴무)

— 02-532-0876




Edit 왕민아 | Photograph 박재현 | Cooperate 미쉐린 가이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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