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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미쉐린 별을 획득하다

강민철 셰프

 

프렌치 퀴진의 세계 3대 거장 셰프인 조엘 로부숑, 알랭 뒤카스, 피에르 가니에르의 레스토랑을 거쳐 본인의 이름을 내건 ‘강민철 레스토랑’은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레스토랑 중 하나다.


 




셰프 타이를 메다


주름 하나 없는 정갈하고 새하얀 셰프 셔츠에 새하얀 앞치마 그리고 새하얀 타이를 반듯하게 메고 주방에 들어선다. 강민철 셰프는 조리대 앞에 서기 전 또 한 번 타이를 고쳐 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 번 더 복기하고,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함이다. “음식 맛을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셰프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시작점인 것 같습니다. 동일한 레시피와 수십 번 반복되는 조리 과정을 통한 음식이지만, 어떤 날은 정말 맛있고 어떤 날은 맛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음식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날은 너무 바빠서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여 음식을 만든 날이었어요.” 강민철 셰프뿐 아니라 주방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 또한 동일한 타이를 메고 있다. 영혼을 담은 요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프랑스에서 와인 공부를 마친 노윤수 소믈리에는 강민철 셰프 음식 본연의 맛과 밸런스를 맞춘 프랑스 와인 위주로 서브한다.

다이닝 신을 잘 아는 이라면 강민철 셰프가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날만 손꼽았을 테다. 셰프들 사이에서도 강민철 셰프는 요즘 소위 말하는 ‘핫’한 인물이다. 세계 3대 프렌치 퀴진의 거장 셰프인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를 모두 섭렵한 한국인 셰프이기 때문이다. 미식 업계 사람들이 예상했듯 그가 오픈한 ‘강민철 레스토랑’은 1년 만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귀중한 별 하나를 획득한다.


처음부터 음식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요리를 하면 항상 주방에서 종알종알 한마디씩 거들고 손으로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한 아들의 감각을 일찍이 알아본 어머니가 요리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추천했다. 17세에 한국조리과학고를 입학한 것이 그의 요리 인생 시작이었다.


강민철 레스토랑에는 메뉴판이 없고 와인 리스트만 준비되어 있다.

사람도 물고기도 나무도 아닌 어떤 것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나무 조각상은 강민철 셰프가 전시회에서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 구입했다.


김치 민철 Kimchi Minchul


강민철 셰프는 군대 제대 후 칼자루를 들고 무작정 외국으로 떠났다. 학교에서 배우기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미국 산호세 지역의 미쉐린 1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프렌치 요리를 하다 보니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 홍콩에 위치한 조엘 로부숑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일 한 다음, 알랭 뒤카스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그러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의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 본점에서 정착했다.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는데 마음 가는 대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프렌치 퀴진의 3대 거장 레스토랑을 거치게 되었다.


아뮤즈 부쉬가 담기는 기물로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처럼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릇. 모든 그릇은 강민철 셰프가 직접 선정한다.

“미국에 있을 때 프렌치 요리를 하면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프랑스 현지에서 프렌치 요리를 할 때는 자유로움이 느껴졌죠. 한국인이 어렸을 때부터 먹고 자라온 한식을 만들 때는 ‘한식은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없잖아요. 이처럼 프렌치 퀴진의 모국에서 경계 없이 마음껏 즐기면서 요리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튈을 만드는 과정으로, 작은 요소에도 품이 많이 들어간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는 모두가 죽자 살자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강민철 셰프는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많이 일했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도맡아 했다.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는 프랑스 남부 지역 레스토랑 오픈을 앞두고 강민철 셰프를 오픈 멤버로 발탁했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다시 본점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2019년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메뉴에 ‘김치 민철Kimchi Minchul’이 올라간다.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가 김치를 만들 수 있냐고 물었어요. 아무 일도 안 하고 사흘 동안 배추김치를 담근 다음, 숙성이 잘된 김치를 다른 음식과 함께 가니시로 곁들였어요. 우리가 먹는 배추김치 맛 그대로요.”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 외에 다른 셰프의 이름을 앞세운 메뉴는 그가 처음이라 더욱 뜻깊었다. 물론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손님상에 음식을 서브하기 직전에도 메뉴가 바뀔 수 있어 힘들어했다는 김태환 헤드 셰프와 김찬영 키친은
1년간 강민철 셰프와 합을 맞춰 이제는 합이 잘 맞는다.


New classic french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에서 일한 강민철 셰프는 그 누구보다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레시피나 테크닉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팀원들을 존중하며 일하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11월에 레스토랑을 오픈한 멤버들 그대로 지금까지 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도 배웠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당근, 무 같은 자연의 맛을 오롯이 지닌 뿌리 채소다. 땅속에서 응축된 단맛이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당근을 너무 좋아해 웰링턴 속을 육즙 가득한 고기가 아닌 당근으로만 채운 적도 있을 정도다.


프랑스 음식인 만큼 프랑스 명품 식기 브랜드 베르나르도 접시에 음식을 담아낸다.

강민철 셰프의 이력 덕에 클래식 프렌치 요리를 선보일 것 같지만, 그의 음식을 굳이 분류하자면 ‘뉴 클래식 프렌치’다. 그가 요리에 푹 빠진 이유는 식재료나 조리 방식은 비슷하지만 조화롭게 맛의 조각을 맞추고 플레이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번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즐거움 때문이다.


“강민철 레스토랑에는 시그너처 메뉴나 메뉴판이 없습니다. 신선한 식재료를 마주하고 음식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영감이 떠올라요. 그래서 두 번째, 세 번째 방문하는 손님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민철 레스토랑의 메뉴를 맛볼 수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새롭게 만들어낸 메뉴만 해도 55가지가 넘는다. 갑작스럽게 영감이 떠올라 5분 만에 만든 ‘도화새우’(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2022년 12월호 표지)는 손님들이 계속 요청해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손님상에 오르고 있다.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아프리카산 나무 손잡이가 있는 배주현 작가의 합. 100년 넘는 레스토랑을 만들겠다는 강민철 셰프의 의지를 담았다.

렌틸콩을 채운 유리컵에 세 가지 맛의 그리시니가 꽂혀 있다.

레스토랑 규모가 크면 원활한 운영을 위해 메뉴를 자주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새롭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메뉴로 만들어내는 강민철 셰프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청담동 좁은 골목, 그것도 지하에 위치한 간판 없는 레스토랑이지만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인해 테이블이 3개까지 늘어났다. “레스토랑 곳곳에 제 생각을 담아냈는데, 가장 중요시한 것은 테이블이에요. 상석이 없는 ‘원형 테이블’.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길 바랐어요.” 라운드 테이블과 잘 어울리는 곡선 벽면과 타원형 거울 파티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민철 셰프는 쉬는 날이면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 한 번은 대림미술관에서 관람을 하는데 문득 눈이 편안함을 느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림미술관에서 찾아낸 독일 에르코 조명을 테이블 위에 설치해 테이블 집중도를 높이면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섬세함까지 더했다.


나뭇조각 위에 손으로 빚은 비정형의 작은 그릇이 고정되어 있다. 그 그릇에는 프티 푸르(petit four, 작은 과자)가 담긴다.

강민철 셰프는 상석이 없는 ‘원형 테이블’을 고집했다. 원형 테이블과 어울리는 의자, 곡선의 벽면, 타원형 거울의 파티션 등으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가 완성되었다.

미대 교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적 감각이 뛰어난 그의 영민함은 테이블 위를 장식하는 식기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빛을 발한다. 편백 나뭇조각과 이끼, 돌조각 등. 그가 주문 제작한 기물은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원시 정원’을 주제로 한 도기와 오브제를 만드는 배주현 작가에게 직접 찾아가 그릇을 요청했다. 쉬는 날이면 되도록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는 그는 요즘 신경균 도예가를 자주 만난다. 신경균 도예가는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책의 저자이기도 한데, “상추가 가장 맛있는 계절에만 먹기에 일 년에 딱 두 번만 먹는다”는 그의 글귀에 반해 만남을 청했다고. 셰프보다 더 재료에 충실한 그와의 만남 덕에 요리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다잡으며 동시에 영감을 받았다. 그렇게 강민철 셰프의 플레이트는 어제와 다른 오늘의 플레이트, 프렌치 요리의 본질은 지키면서 항상 변화를 꾀하는 ‘뉴 클래식 프렌치’로 늘 새롭게 담겨진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팀원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강민철 셰프(왼쪽에서 세 번째). (왼쪽부터) 김태환 헤드 셰프, 김진희 서비스팀 매니저, 노윤수 소믈리에, 김정호 키친, 조준식 키친, 김찬영 키친.

화이트 와인에 재운 홍합, 홍합젤리, 해초 샐러드, 당근 퓌레.

옥돔 다시마에 숙성한 뒤 숯 향을 입혀 천천히 구워내 향을 입힌 옥돔, 연어알, 허브 오일. (오른쪽) 성게알과 성게알 에스푸마.


 


강민철 레스토랑

다양한 클래식 프렌치 소스를 기반으로 변화무쌍하게 맛의 조합을 이끌어내는 강민철 레스토랑의 요리는 세련된 프렌치 퀴진의 폭넓은 스타일을 선보인다.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8길 18 지하 1층

— 화~토요일 12:00~22:00(14:30~18:00 브레이크 타임)

— 0507-1387-2511




Edit 양연주 | Photograph 박재현(그리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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