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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그렉 셰프의 라핀부쉬

LA FINE BOUCHE

 

‘라핀부쉬la fine bouche’는 ‘입맛(취향)이 까다로운 사람, 미식가’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최근 유명 연예인, 대기업 총수, 예술계 인사 등 각계각층 빅 마우스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라핀부쉬의 문을 두드려보았다.


 

라핀부쉬La Fine Bouche는 ‘예민한 미각’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미식가로 통용된다. 지난해 11월에 오픈한 라핀부쉬는 각계각층의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CHEF DUO 지오&그렉


‘퍼펙트 듀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다큐멘터리에서는 6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랑빠스81’을 이끄는 한국인 지오 셰프와 한국계 프랑스인 그레구아르 미쇼 셰프를 이렇게 소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오 셰프는 런던에서 프렌치 레스토랑 ‘부숑 브르통Bouchon Breton’과 ‘주마JUMA’, 그리고 바르셀로나 ‘보카 그란데Boca Grande’ 등에서 실력을 쌓고 잠시 서울로 돌아와 뉴욕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레구아르 미쇼(이하 그렉) 셰프는 파리에서 조리 학교를 나와 20세부터 알랭 뒤카스의 ‘플라자 아테네Plaza Athénée, 400년 전통의 ‘라 투르 다르장La Tour d’Argent’에서 일하다 한국에 돌아와 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두 셰프가 ‘셰프 듀오’를 결성하게 된 것은 당시 음식 전문 기자로 활약하던 지오 셰프 친형의 권유 덕분이었다.


급변하고 불안정한 서울의 다이닝 신에서 두 셰프가 서로 버팀목이 되어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2012년부터 지오와 그렉 셰프는 함께 여러 장소를 오가며 단기 프로젝트로 합을 맞췄다. 그리고 2015년 함께 연남동에 랑빠스81을 오픈했다. 랑빠스81은 당시 국내에서 생소하던 수제 샤르퀴트리&프렌치 부숑을 콘셉트로 다양한 샤르퀴트리 메뉴를 선보였다. 모든 샤르퀴트리는 주방에서 두 셰프가 직접 프렌치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숙성했다. 주재료는 모두 국내산(양고기 제외)으로 두 사람이 발로 직접 뛰어 찾아냈다. 다양한 프렌치 레시피를 익힌 두 셰프는 샤르퀴트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데에도 열과 성을 다한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랑빠스81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6년 연속 소개되며, 국내 수제 샤르퀴트리의 시작점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프렌치 캐주얼 다이닝의 시작, 라핀부쉬

아시아풍의 편안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1990년대 일본 긴자 뒷골목에서 유행한 컨템퍼러리 다이닝&바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프랑스 음식은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지오와 그렉 셰프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프랑스 요리를 보다 친근하게 대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양한 프렌치 레시피를 익힌 두 사람이 연남동에 랑빠스 81을 오픈하면서 샤르퀴트리를 먼저 소개한 것도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라핀부쉬’ 역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만들기 위한 두 사람의 치열한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다. 연남동 골목에서 정통 샤르퀴트리로 경험을 쌓으면서 늘 고민했던 ‘캐주얼에 깃든 우아함’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두 셰프는 유명 갤러리와 명품 숍들이 들어서고 있는 한남동을 선택했다. 패션과 문화, 예술이 공존해야 레스토랑도 더욱 빛을 발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 마에다 도시하루Maeda Toshiharu의 작품으로 라핀부쉬에서 컬렉팅 중이다. 이 외에 에디 강, 이은새, 장종완, 추미림, 강주리 등 라핀부쉬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신예 아티스트가 라핀부쉬를 위해 그려준 작품들이 선반에 전시되어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회장이자 아티스트 씨킴이 식사 중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벽에 그린 그림.

이러한 두 사람의 고민은 라핀부쉬 메뉴의 콘셉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라핀부쉬의 메뉴는 1980년대 파리의 부촌, 골든 트라이앵글(15~17구) 지역에서 인기를 끈 메뉴를 콘셉트로 한다. 두 사람은 파리의 신흥 부촌인 골든 트라이앵글이 한남동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반면 인테리어는 1990년대 후반 도쿄 긴자 뒷골목에서 성행하던 컨템퍼러리 다이닝&바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파리의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아시아풍의 편안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콘셉트 덕분인지, 라핀부쉬는 지난해 11월 오픈하자마자 이정재, 정우성, 강동원, 송혜교, 주지훈, 한예슬, 제니, 지드래곤, 뷔, 신동엽, 조세호 같은 셀럽들과 메이저 갤러리 디렉터, 유명 예술가, 대기업 총수 등 각계각층 미식가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아라리오갤러리 회장이자 아티스트 씨킴은 식사 중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라핀부쉬는 ‘캐주얼 프렌치 다이닝’이라는 트렌드를 이끌며 이후 곳곳에 론칭하고 있는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들과 함께 서울의 프렌치 다이닝 문화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1980년대 파리의 맛을 그대로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라이브 룸.

라핀부쉬에서는 오후 5시에 손님을 맞지만, 지오 셰프와 그렉 셰프는 오전 11시부터 밑작업을 시작한다. 프렌치 요리의 가장 기본인 육수부터 소스, 생햄 말릴 준비까지 셰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라핀부쉬의 음식은 정통 프렌치 스타일이다. 두 셰프 모두 매우 보수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맛을 중요시한다. 라핀부쉬의 오픈 시간은 오후 5시지만 주방에 불이 켜지는 시간은 오전 11시다. 스토브에 육수를 끓이는 것을 시작으로 채소를 손질하고, 오리고기 해체 작업을 한다. 다리는 콩피용, 가슴살은 리예트와 스테이크, 껍질은 오리 콩피를 익힐 오리 기름을, 뼈와 나머지 부분은 하루 동안 오븐에 구운 뒤 12시간 졸여 쥐(jus, 즙)를 만든다. 다리는 24시간 동안 소금에 재워 콩피를 만들고, 다진 돼지고기와 각종 향신료를 섞은 뒤 소창에 채워 신선한 소시지를 준비한다. 그 외의 준비만으로도 반나절이 흘러간다.


연남동 랑빠스81의 시그너처인 프레시 소시지도 라핀부쉬에서 맛볼 수 있다.

지오와 그렉 셰프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데 중점을 둔다. 시간을 단축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쪽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모든 과정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방식을 고수하며 특히 육수와 소스 만드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냉장고에 널린 말린 소시지와 햄도 직접 만들어 숙성 시킨다. “서울에서 프랑스 식재료를 수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 있어요.” 지오 셰프가 말한다. 급변하는 다이닝 시장에서 두 사람의 고집스러움은 시대의 흐름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지오와 그렉 두 셰프는 마치 입을 맞춘 듯 이렇게 말한다. “이런 레스토랑도 하나쯤 있으면 좋잖아요.”


프랑스 클래식 푸드인 파테 앙크루트Pâté en Croûte로 돼지고기, 오리 가슴살, 닭 간, 포트와인, 갖은 향신료 등을 섞어
파이 도우에 넣어 오븐에 구워 식힌 요리이다.

육류 요리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랑빠스81과 달리 라핀부쉬에서는 다양한 프랑스식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해산물 요리 또한 프렌치 클래식을 기반으로 선보인다.

라핀부쉬의 메뉴는 손님들에게 ‘프렌치 술안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든다. 모든 메뉴는 프랑스 정통 방식을 추구하며 기본을 충실히 지킨다. “당분간은 프랑스 정통 레시피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어요.” 지오와 그렉 셰프가 한 시즌에 소개하는 메뉴는 보통 16~18가지다. 파인 다이닝처럼 계절마다 바꾸지는 못하지만 프랑스의 일반 레스토랑처럼 봄여름과 가을겨울, 이렇게 1년을 두 번으로 나누어 새로운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육류 요리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랑빠스81과 달리 라핀부쉬에서는 다양한 프랑스식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시그너처 메뉴인 오리 콩피와 소시지 요리, 샤르퀴트리 플레이트는 항시 준비되어 있다.


지오와 그렉 셰프는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 주방 일을 빈틈없이 해낸다.

도자기 그릇으로 유명한 프랑스 리모주 지방의 빈티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올 하반기에 새로 구성하는 메뉴 역시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맛이 차오른 해산물이 주인공이다. 뵈르 블랑 소스를 곁들인 광어 구이, 해산물 세비체, 비스크 소스를 곁들인 새우 라비올리, 크넬 같은 메뉴는 매우 클래식한 레시피지만 여기에 한남동의 세련미를 가미했다. 화이트 와인과 버터, 식초 등으로 맛을 낸 뵈르 블랑 소스를 곁들인 광어 구이는 가장 클래식한 프렌치 해산물 요리다. 크넬quenelle은 생선이나 고기, 채소를 갈고 달걀이나 크림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뒤 타원형으로 빚어 끓는 물에 삶아낸 음식이다. 리옹의 작은 전통 식당에서 내는 크넬은 리옹 인근 강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인 브로쉐brochet를 사용하고, 낭트 지방에서 유래한 낭튀아 소스Nantua suace를 곁들이지만 한국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으로 크넬을 빚고 클래식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곁들여 자칫 뻑뻑할 수 있는 크넬을 부드러운 식감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프랑스식 말린 소시지 ‘소시송’, 프랑스식 익힌 햄 ‘잠봉 드 파리’, 스페인식 말린 소시지 ‘초리소’ 등 라핀부쉬에서 직접 만든 햄과 소시지 그리고 프랑스 치즈를 올린 샤르퀴트리 플레이트.


FOOD and MORE

라핀부쉬의 팀 셔츠.

지오와 그렉, 두 셰프는 음식을 대하는 방식은 매우 보수적이지만 음식 문화를 공부하고 도전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타 장르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좋아해요. 주방에서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영감을 주거든요.” 프랑스 음식을 포장마차 형태로 즐길 수 있는 ‘프렌치 선술집’, 가나아트갤러리와 6개월간 함께 진행한 ‘아트 & 파인 다이닝’, 건축가들과 협업한 ‘더 빵가게’, 독산동 우시장 상인들과 합심해 만든 ‘독산소시지’ 등은 타 장르 전문가들과 함께하며 영감을 나누는 소중한 기회였다. 프랑스 음식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도시를 방문해 그 문화를 찾아가는 ‘인도차이나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로도 남겼다. 그때 개발한 반미와 잠봉뵈르는 서울에서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봄과 가을, 햇살 따뜻한 날 앉기 좋은 테라스석이 마련되어 있다.

적벽돌 담장 너머로 보이는 라핀부쉬 간판.

가나아트갤러리, 음레코드, 시티카메라와 같이 미술, 음악, 사진 같은 예술 장르와 협업하는 데도 열심이다. 예술과 문화를 통해 더욱 풍성한 미식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함께 프랑스로 떠나 프랑스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며 ‘전통 로컬 푸드’를 찾아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서울의 다이닝 문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젊은 요리사들은 무한대로 변화하고 발전해가고 있다. 이런 서울의 익사이팅한 다이닝 시장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이 묵묵하고 고집스러운 두 셰프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Recipe for Oliver


오리가 농장에서 올라오는 날이면 언제나 스태프 밀로 오리 가슴살 구이를 준비한다. 신선한 오리 가슴살에 소금과 후춧가루로만 간을 한 뒤 겉은 바삭하게 익히고 속은 분홍빛이 도는 미디엄 웰던으로 익혀 감자 구이와 함께 내면 직원들의 든든한 식사로 제격이다.


오리 가슴살 구이와 감자

재료

오리 가슴살 2조각, 감자 ½개, 루콜라 약간,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 ½큰술, 오리 기름 4큰술, 버터 ½큰술, 소금·후춧가루·올리브 오일 약간씩, 오리 쥐jus 적당량


PREP

1 오리 가슴살 껍질 부분에 격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2 감자 껍질을 벗겨 0.2~0.3cm 두께로 둥근 모양대로 썬 뒤 물에 담가 전분을 뺀다.

3 200℃로 예열한 오븐에 오리 뼈를 넣고 진한 갈색을 띨 때까지 구워 당근, 양파, 대파 등의 채소와 함께

쥐를 만든다. 로스팅한 오리 뼈와 채소에 물을 넣어 약불에서 장시간 끓여 걸러낸 뒤 졸여 준비한다.


HOW TO COOK

1 밑간을 한 오리 가슴살 껍질 쪽을 먼저 팬에 올려 약불에서 충분히 익힌다.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지면

뒤집어 뒷면도 노릇하게 굽는다.

2 감자는 물기를 빼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다. 오리 기름을 두른 팬에 감자를 넣고 튀기듯 굽는다.

3 감자가 노릇하게 익었을 때 다진 마늘과 이탤리언 파슬리를 넣어 마늘이 익으면 접시에 담는다.

4 쥐를 소스 팬에 넣고 끓으면 버터를 넣어 완성한다.

5 레스팅한 가슴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감자 구이 위에 올린다. 루콜라를 가슴살 구이 위에 올린 뒤

소금과 후춧가루,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6 완성된 쥐를 뿌려 마무리한다.


 


라핀부쉬 La Fine Bouche

클래식한 프렌치 조리법을 기반으로 만든 정통 프렌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의 프랑스 지역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캐주얼 프렌치 다이닝이다. 미식가라는 의미의 ‘라핀부쉬’처럼 진정한 가스트로노미를 전한다.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15

— 월~금요일 오후 5~11시, 토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5~10시(매주 일요일 휴무)

— 070-8823-8181




Edit 양연주 | Photograph 박재현(그리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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