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뿌리채소
- gmthp1
- 2023년 1월 19일
- 2분 분량
WINTER ROOT VEGETABLE

일 년 중 가장 혹독한 자연을 마주하는 계절, 겨울의 뿌리채소가 지닌 생명력을 오감으로 느낄 때다.
푸릇한 산세가 앙상한 가지만을 남겨두자 깊은 땅속에서 묵묵히 수행의 시간을 보낸 뿌리채소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딘가 묵직하고 거뭇거뭇한 외양이 범상찮아 도 소박하지만 영양 충만한 존재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먹는 뿌리채소는 그 종 류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곧은 뿌리를 지닌 무와 당근이 있고, 고구마나 마처럼 통통한 덩이뿌리가 있다. 연근과 감자처럼 땅속줄기를 이용하는 것도 있다. 이 중 에서 우리네 식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곧은 뿌리의 무와 당근은 생김새와 맛이 조금씩 다채롭다.
자줏빛을 띠는 자색 당근은 보기 좋게 개량한 신품종 채소 같지만, 고대 야생 품 종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주황색 당근이 오히려 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주황색 당 근은 아삭아삭한 식감에 향긋함과 단맛이 가득하지만, 자색 당근은 약간 쌉싸름 한 맛을 지녔다. 베이비 당근 또한 일반 당근과 다른 품종으로 단맛이 더 강해 간 식처럼 즐기기 좋다. 자줏빛이 도는 자색 무는(수박무라고도 불린다) 크기가 다 양하고 일반 흰 무에 비해 단맛이 강하며 식감이 부드럽다. 팽이 모양의 자줏빛을 띠는 순무는 껍질과 달리 속살이 하얗고 맛은 달면서도 맵다.
채소는 하나의 작물이지만 땅 위에서 자란 잎과 열매, 땅속의 뿌리가 자연으 로부터 흡수한 에너지의 원천은 다르다. 채소의 뿌리는 흙에 숨겨진 보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제 몸에 영양분을 듬뿍 머금고 있다. 뿌리를 통해 흙 속 수분과 영양 분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흡수하고 남은 일부 영양소를 뿌리에 저장하기 때문이 다. 덕분에 뿌리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게다가 뿌리채 소는 땅속에서 자라는 동안 토지의 척박함을 이겨내며 성장하기 때문에 자생력 이 강해 면역력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인삼 한 뿌리보다 겨울 무 한 뿌리가 더 약 이 된다.’, ‘동삼(冬蔘, 겨울철 삼)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뿌리채소에 대한 예 찬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채소의 진가는 뿌리에 있다. 지금, 이 계절 뿌리채 소의 생기 넘치는 기운을 마음껏 누려보자.
Edit 박솔비 | Photograph 박다빈(그리드 스튜디오) | Styling 문인영(101rec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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