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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환 셰프와 떠난 서천 1박 2일

SOURCE OF INSPIRATION

 

하이브리드 퀴진Hybrid Cuisine. ‘프렌치와 일식 레시피의 경계에서 국내산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기치는 류니끄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다. 류니끄의 류태환 오너셰프가 벌써 5년째 틈만 나면 전국을 탐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라면 맛있고 질 좋은 제철 식재료 사용은 당연하겠지만, 류니끄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류태환 셰프는 적어도 1년에 4번은 강박적으로 코스 메뉴 전체를 갈아엎기 때문에 고흥 유자, 봉화 은어, 해남 고구마처럼 ‘지리적 표시제’에 따른 지역별 특산물도 직접 가서 발품을 팔아 보고 듣고 맛보며 ‘뜯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제는 식재료를 넘어 식재료가 나는 지역 전체를 ‘이 잡듯’ 샅샅이 누비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음식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


류태환 셰프


‘서천 인스퍼레이션’의 시작


부산에서 태어난 류태환 셰프는 20대의 시간을 도쿄, 시드니, 런던을 종횡하며 음식 경험과 경력을 쌓는데 온전히 투자했다. 류니끄의 탄생은 국내 미식 경험의 측면에서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 류태환 셰프는 늘 음식에 이야기를 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집스러운 철학을 바탕으로 음식을 개발할 때 맛에 앞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올지 고민한다. 다시 말해 근거. 자신의 모든 음식에 존재해야 할 당위를 부여한다. 류니끄를 찾아야 할 이유는 늘 같다. 어떤 경험을 만나게 되느냐.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이라고 적힌 류니끄의 메뉴에서는 맛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태환 셰프는 전국 팔도의 특산물에 관심이 지대하다. 식재료를 넘어 식재료가 자라는 땅과 바다, 키우는 사람과 길어 올리는 사람,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과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 식재료의 유통 경로까지 주의 깊게 살핀다.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류니끄의 결과물이 ‘봉화 인스퍼레이션’이다. 봉화 인스퍼레이션은 지난여름 봉화군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코스 메뉴다. 한약을 먹여 키운 한약우, 송이, 은어 등 전체 코스 메뉴를 오직 봉화군에서 나는 식재료와 특산품만을 이용해 구성했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류태환 셰프는 자신감을 얻었다. 취재 요청 문의에 대뜸 제안했다. “이번 가을에 충남 서천을 통째로 테이블에 올리려고 해요. 같이 가시죠.”


 

서천군

서천군


충청남도에 위치한 서천군은 13개 면 구성되고, 약 5만 2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시골 동네다. 위로는 보령시가, 아래로는 군산시가 위치하며 서해안 바다를 끼고 있다. 여느 지방 도시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중소도시지만 서해안 바다에서 쏟아져 나오는 김, 꽃게, 참돔, 자연산 광어 등이 서천의 자랑. 풍부한 해산물을 필두로 단호박, 쪽파, 우렁이 등 신선한 농산물은 물론, 앉은뱅이 술로 유명한 전통주인 소곡주도 백제시대부터 서천이 내놓은 명물이다.


 


서래야 쌀

서래야 쌀, 좋은 땅에서 나는 좋은 쌀


김제 쌀, 이천 쌀, 장흥 쌀 등 쌀은 대부분 지역을 등에 업고 판매된다. 서천도 쌀로 꽤 유명한 지역이다. 삼광, 친들 2가지 품종의 쌀이 ‘서천에서 온 좋은 농산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서래야’ 브랜드로 판매된다. 서천군 농산물 브랜드의 대명사 격인 서래야 쌀의 특징은 친환경에 있다. 토양 관리부터 우렁이 농법을 거쳐 보관하고 최종 도정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친환경, 무농약 공법으로 이뤄져 맛이 좋다. 외국으로 수출도 많이 된다. 류태환 셰프가 구상하는 코스 메뉴에 있어 서래야 쌀은 매우 중요하다. 한식의 상징은 곧 밥이기 때문에 좋은 쌀로 지은 맛있는 밥이 필요했다. 서천군 화양면에서 서래야 쌀을 재배 중인 농부 아주머니를 만난 건 이번 취재 일정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일정이었다. “서천군에서도 서면과 비인면은 바다와 접해 있어 벼농사가 어려운데, 화양면은 금강을 끼고 있어 땅이 좋거든요. 벼농사를 짓기 좋은 환경이에요.” 농부 아주머니의 설명에 류태환 셰프는 “일제강점기 때 서천하고 군산에서 쌀 많이 가져가지 않았어요?”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야기 말미에 벼를 한 단만 가져갈 수 있을지 묻는 류태환 셰프의 물음에 벼를 뽑아 흔쾌히 내주던 아주머니의 인심은 고개를 숙인 벼처럼 푸근했다.



서천수산물특화시장

서천수산물특화시장, 꽃게와 자하젓 여기 모여라


서천은 서해안 지역들 중에서도 해산물로 유명하다. 특히 꽃게가 대표적이다. 류태환 셰프는 이미 서천에 오기 전부터 서천 꽃게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였다. 서천수산물특화시장을 찾은 건 서천에서 가장 크다는 오일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태풍 하이선이 내륙에 당도한 당일이라 평소 때만큼 큰 장이 열리진 않았지만 어민들은 좌판에 해산물을 깔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류태환 셰프는 냄새를 맡고 크기를 재며 꽃게들의 상 태를 비교하고 꽃게로 메뉴를 개발할 때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었다. 자하젓을 발견했다. 자하젓은 원래 서천에 올 때 생각하지 않았던 식재료다. 어떤 음식을 떠올렸는지 류태환 셰프는 “맛 좀 봐도 돼요?”라며 상인에게 말을 걸었다. 자하는 바다 새우 중 가장 작고 연하며 투명하다. 상인의 말에 따르면 서천 자하젓은 서천군 서면과 마서면에서 수확한 자하로 담근다. 새우젓과 달리 깔끔한 짠맛이 자하젓의 특징이다.“한 번 드셔보세요.” 먼저 맛을 본 류태환 셰프가 자하젓을 권했다. “먹었을 때 짠맛의 여운이 강하게 들이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지죠? 냄새도 별로 없고요. 이게 참 재밌네요.” 실제로도 그렇다. 짠맛이 굉장히 강하지만 입 안에서 빨리 사라져 느끼함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마량포구

마량포구, 서해안 수산물의 보고


마량포구는 서해안 수산물의 보고이자 서천의 보배다. 서천의 땅끝 마을로도 불리는 마량포구는 언제나 밤샘 작업을 마친 배들에서 하루 온종일 해산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전어, 꽃게, 자연산 광어, 동죽 조개와 박하지, 박대, 멸치, 조업생산으로 수확한 서천 생김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수산물이 넘쳐난다. 류태환 셰프는 이번 서천 인스퍼레이션 코스 메뉴를 기획하기 이전부터 해산물은 꼭 마량포구로부터 공수해 사용해왔다. 그래서 류태환 셰프에게 마량포구는 서래야 쌀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정을 기획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곳. “팜투테이블이 꼭 땅에서 나는 식재료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잖아요. 넓은 의미에서 바다도 농장이고, 바다에서 수확한 식재료도 바로 공수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팜투테이블의 일종인 거죠. 대신 저는 보트투테이블이라 부르고 있어요.” 류태환 셰프가 마량포구에서 공수하는 해산물은 전부 씨푸드월드 신경식 대표로부터 받는다. 신경식 대표가 어부는 아니다. 배를 타는 아버지가 바다에서 수확한 수산물을 아들이 마량포구에서 판매한다.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수산 물이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류태환 셰프 말고도 이곳 마량포구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수산물만 하루 수십 톤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쪽파

쪽파, 해풍이 더한 맛있는 씁쓸함

서천의 토양은 마사토 위주로 물빠짐이 좋아 쪽파를 키우기에 최적이다. 특히 종천면에서는 집집마다 쪽파를 키울 정도. 쪽파가 서천의 특산물인 이유는 벼와 반대로 바다가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소금기를 머금은 서해안의 해풍이 쪽파의 씁쓸한 맛의 강도를 배가시킨다. 또 일조량이 풍부해 안개가 없다는 점도 쪽파 재배에 있어 최상의 조건이다. “쪽파 모종은 셜롯하고 비슷한데, 심은지 한 달이면 수확할 수 있어 1년에 4번도 심을 수 있죠. 어린 쪽파가 맛이 좋습니다.” 쪽파로 담근 김치를 꺼내며 먹어보라던 농부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황토우렁이농장

황토우렁이농장, 친환경 재배


류태환 셰프는 우연히 황토우렁이농장 관련 기사를 읽게 됐다. 황토를 우렁이에게 먹이로 주고, 자라난 우렁이가 알을 낳고, 그 알을 부화시켜 다시 우렁이를 재배한다는 농장의 선순환 구조에 불현듯 관심이 생겼다. “우렁이가 다 토종인가요?”, “우렁이랑 다슬기랑 맛에서 어떤 차이가 있어요?”, “껍데기는 어떻게 까나요?” 류태환 셰프는 황토 우렁이농장에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재 토종 우렁이는 거의 없고, 다슬기와 우렁이는 생긴 건 비슷하지만 우렁이가 더 크고 맛있다는 이야기와 기계가 껍데기를 까고 살을 발라낸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Ryunique “Seo-cheon Inspiration”


Ryunique “Seo-cheon Inspiration”

왼쪽부터 순서대로,


Petit Matyang Pogu 쁘띠 마량 포구 - Savoury

전어와 김을 켜켜이 쌓아 뭉친 뒤 슬라이스하고, 서래야 쌀로 지은 밥과 함께 초밥을 만들었다.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고추냉이 대신 김 퓌레를 만들어 사용했다. 다른 하나는 붕장어를 말아서 오징어 먹물 옷을 입혀 튀겼다. 발사믹 마요네즈와 트러플 체스트를 올려 마무리했다. 마량포구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방파제의 트라이포트 형상의 가니시를 올렸다.


Sweet Pumpkin, Salted Baby Shrimp 단호박, 자하젓 - Sweet and Salted

자하젓의 깔끔한 짠맛으로 단호박의 단맛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찐 단호박 위에 자하젓을 올리고 채 썬 단호박을 올려 바질로 마무리했다. 단호박을 양파와 볶아서 만든 퓌레와 소곡주를 졸여 오묘한 감칠맛이 나는 소스, 발사믹 소스를 올린 뒤 모시 파우더를 뿌려 완성했다.


Blue Crab Essence 꽃게 에센스 - Purity

수꽃게 내장으로 만든 마요네즈에 발라낸 게살, 연어 알, 방아 잎을 올려 찍어 먹을 수 있는 딥을 만들었다. 토치로 살짝 태운 증편을 딥과 함께 즐긴다.증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센스는 꽃게로 만든 국물로, 국물을 내고 다시 얼려 자연스럽게 녹인다. 한산모시 면포에 한 방울씩 떨어뜨리며 깨끗하게 거른다.


Wild Sea Bream and Aubergine 참돔 & 가지, ‘겉촉안바’ - Paradox

참돔을 말아서 바삭하게 튀겼다. 가을 가지 역시 튀긴 뒤 기름을 빼고 튀긴 참돔 위아래를 감쌌다. 겉이 부드럽고 안이 바삭하다. 가지를 태워 만든 퓌레와 가지를 태워 만든 파우더에 찍어 먹는다. 붕장어 머리와 뼈를 구워 간장과 함께 끓여 추출한 소스를 올려 감칠맛을 더했다.


Blue Crab Noodle 소금 게장 비빔면 - Umami

서천 바다에서 영감을 받은 비빔면이다. 수꽃게로 만든 15% 염도의 꽃게장, 서천 판교면의 도토리, 달걀, 김으로 만든 피클, 예산 사과로 만든 칠리 소스, 참나물 줄기, 참소라 등을 조개 국물과 함께 잘 섞어 비빔면 소스를 만들었다. 꽃게 살 올려 면과 함께 비벼 먹는다. 마무리로 우뭇가사리와 참나물 잎이 올라갔다. 꽃게장 국물을 액체 질소에 얼려 만든 거품을 비빔면에 올려 감칠맛을 더했다.



Ryunique “Seo-cheon Inspiration”

Pine Needle Ball 2016 솔잎 볼 - Refresh

솔잎, 사과즙, 오이즙을 넣어 만든 액체를 얼리고, 화이트 초콜릿과 정제 버터를 사용해 코팅했다. 입 안을 환기하는 일종의 디저트다.


Rice and Broth “Surf and Turf” 서해안 밥과 국, 서프 앤 터프 - Hybridity

서래야 쌀은 다른 쌀보다 기름기가 적고 거칠다. 그래서 기름기가 많은 베이컨과 서천 대하, 김, 동죽조개 국물을 넣어 밥에 윤기를 더했다. 돼지고기와 새우가 조화를 이룬다. 붉은 소고기 국물은 서산 소고기의 아롱사태와 스지를 압력으로 맑게 추출하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사용하되 토마토 페이스트로 매운맛이 길게 올라오지 않도록 감칠맛을 살리고 서천 쪽파를 올려 마무리했다.


MilkPudding,Fig밀크푸딩,무화과-Silky

제철 무화과의 껍질을 벗겨 설탕에 묻힌 뒤 토치로 태워 코팅을 만들었다. 피스타치오로 만든 프랄리니를 깐 뒤 무화과를 넣고 밀크 푸딩을 부어 완성했다.


Petit Four “Real and Fake 2015 쁘띠 프루 - Metaphor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은유다. 먹을 수 있는 돌과 먹을 수 있는 호두 껍질을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돌은 누룽지 아이스크림을 초콜릿으로 코팅하고, 감자를 말리고 튀기는 과정을 통해 호두를 만들고 호두로 만든 캐러멜을 올렸다.

 

류니끄

2011년 가로수길에 문을 연 일명 ‘하이브리드 퀴진’으로, 프렌치와 일식 레시피로 국내산 제철 특산물을 요리한다. 류니끄란 이름은 류태환 오너셰프의 성인 ‘류’와 특별하다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 유니크Unique의 ‘니끄’의 합성어다. 레스토랑 이름처럼 류태환 셰프는 언제나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음식을 선보인다. — ‘서천 인스퍼레이션’ 코스 1인당 디너 17만원, 런치 12만원 —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40 — 화~일요일 점심 낮 12시~오후 10시 30분(브레이크 타임 오후 3~6시), 월요일 휴무

— 02-546-9279




Edit 곽봉석 | Photograph 박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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