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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 문승주 셰프

  • gmthp1
  • 2021년 1월 1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2월 9일

SAN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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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세키 레스토랑 산다이를 SNS에서 검색해보면 흔한 음식 사진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요리 촬영은 가능하지만 사진 업로드는 자제할 것을 정중히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산다이에서 즐기는 식사 시간만큼은 최고의 요리와 서비스 그리고 셰프의 진심을 담아 대접한다. 이는 푸디나 블로거의 평가에 휘둘리기보다는 산다이에서 손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선사하고자 하는 문승주 셰프의 요리 철학이다.


처음 문승주 셰프는 아버지의 권유로 요리를 시작해 조리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을 선택한 이유는 단지 한국에서 가깝기 때문일 뿐 처음부터 일본 요리 전문 셰프가 되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기술이라, 오사카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 진학해 일식, 양식에 상관없이 요리를 배우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문승주 셰프에게서는 어딘가 열려 있는 유연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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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이의 좌석은 모두 바 식으로 셰프와 직접 소통하면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셰프에게 일본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유학 생활 중 친구와 함께 유명한 미쉐린 레스토랑 아지킷초에 갔어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핫승(八寸)을 먹어보고 가이세키 요리의 아름다움과 섬세한 맛에 반했죠. 순간 나도 이런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셰프의 얼굴은 그날의 황홀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듯 살짝 상기되었다. 백 번의 비장한 각오보다 한 번의 유의미한 행동이 더 중요하듯 곧장 아지킷초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고 한다. 평소에는 여유로워 보여도 할 때는 하는 일본 요리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해 졸업 후 3년간 아지킷초에서 실력을 쌓았다. 탄탄한 조리 기술과 함께 손님을 대하는 마음, 연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까지 일본 요리와 문화에 대해 가까이서 보고 배우며 몸에 익힐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귀국 후, 문승주 셰프가 처음부터 가이세키 레스토랑을 시작한 건 아니다. 삼성동 소우게츠를 시작으로 동네 술집같이 편안한 이자카야 쇼쿠도카이를 오픈했다. 여러 업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얻은 문 셰프는 새로운 도전으로 산다이를 열었다.


산다이는 이전의 레스토랑과 다른 정통 일본 요리 가이세키 전문 레스토랑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단순히 맛 하나로 손님에게 감동을 주는 요리가 아니에요. 음식의 맛, 시각적 즐거움, 그리고 술과 함께 즐길 때 가이세키 요리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요.” 문승주 셰프는 가이세키 요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요리와 음식을 담는 그릇 그리고 사케까지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비로소 가이세키 요리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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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든 나뭇잎을 이용해 계절감을 표현한다. 특히, 핫승은 가이세키 요리 코스 중 화려한 플레이팅을 자랑한다.


연회용 코스 요리


일본에서 가이세키 요리는 연회용 코스 요리를 뜻한다. 천천히 술과 함께 즐기면서 먹는 요리, 작은 그릇에 정해진 순서대로 정해진 요리가 나오는 격식 있는 요리다. 같은 재료나 조리법, 맛이 중복되지 않도록 고르게 코스를 구성하고, 식사 전체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요리는 제철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 먼저 입맛을 돋우는 사키즈케(先付け)를 시작으로 가이세키 요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따뜻한 국물 요리 오왕(お椀), 사시미 순으로 음식을 낸다. 그리고 코스의 하이라이트 격인 모둠 요리가 담긴 핫승과 함께 본격적으로 연회를 즐긴 후, 식사와 디저트로 마무리한다.


문승주 셰프는 가이세키 요리를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비유했다. 현악기, 관악기 등 반드시 들어가야만 하는 악기와 정해진 규칙이 있으면서 곡의 전개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강약을 반복하다 마지막에 웅장한 감동을 주는 교향곡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셰프는 순서에 따라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가이세키 요리 코스 전체에서 100%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완급을 조절한다. 식사의 만족도는 셰프의 디렉팅 스킬에서 좌우되는 법. 전채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물 흐르듯 균형 잡힌 흐름과 조화가 중요한데, 문승주 셰프는 노련한 강약 조절과 힘 빼는 법을 아는 셰프다. 결코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법이 없다.


가이세키 요리를 내는 조리대에 선 문승주 셰프가 바라는 바는 단 하나, 눈앞에 앉아 있는 손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선사하는 것. 셰프에게 허락된 2~3시간 동안 일상의 고단함을 잊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요리와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 문승주 셰프는 세심하게 코스를 구성하고 공간과 분위기를 설계한다.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 기분 좋게 느껴지는 온도와 향을 조절하고, 창밖으로는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잠시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짰다. 현실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손님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했다. 마치 초현실의 세계에 온 듯 즐거운 연회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으며.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가게를 나설 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여운이 짙은 클래식 영화처럼 산다이에서 보낸 꿈같은 시간을 요리로써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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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가지 메뉴로 이루어진 정식 코스. 식재료부터, 그릇, 플레이팅까지 제철 계절을 녹여 담았다.


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가이세키 요리


가이세키 요리는 그릇을 고르고 음식을 담는 것까지 미식이며 예술이 된다. 문승주 셰프도 그릇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데, 그릇 안에서 요리를 이야기하고 계절을 나타내는 가이세키 요리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복 요리는 전복을 닮은 그릇에 담는 식이다. 그릇과 요리 사이에 궁합을 맞추고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문승주 셰프만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한다. “그릇을 보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려져요.” 그릇과 음식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어디에서 먼저 영감을 얻냐는 질문에 “만들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요리에 그릇을 맞추겠지만, 계절이나 분위기에 딱 맞게 사용하고 싶은 그릇이 있다면 그릇에서 영감을 받아 요리를 구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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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승주 셰프에게 그릇은 가이세키 요리를 완성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요리만큼 그릇과의 궁합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만큼 그의 그릇 컬렉션이 궁금한데, 그릇을 수집할 때는 쓸모와 영감도 중요하지만 도예 작가들과의 연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그릇 하나를 사더라도 도예가를 찾아가 구입하면서 인연을 쌓는다. 반드시 필요한 그릇이 있을 땐, 별도로 제작을 요청하는데 이 또한 이전에 연이 있거나 셰프의 요리와 잘 맞는 스타일의 작가에게 부탁한다고. 문승주 셰프는 도예가 야마구치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을 좋아한다고 한다. 유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그의 요리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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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세키 요리의 묘미는 작은 곳 하나에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섬세한 터치에 있다.


가이세키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술


연회에 술이 빠지면 섭섭하듯 가이세키 요리는 본래 술과 함께 즐길 때 더 흥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산다이에서는 사케 페어링 코스가 없다. 문승주 셰프는 정해진 사케 종류와 개수가 아닌 손님의 취향과 술 마시는 속도, 주량에 맞춰 술을 권한다. 처음 자리에 앉으면 웰컴 드링크로 작은 잔에 술을 내주는데, 그 술이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는 기준이 된다고. “손님마다 입맛이 모두 달라요. 누구에게는 향긋한 풍미가 다른 손님에게는 너무 단 맛으로 느껴질 수 있죠. 천천히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면서 페어링주를 권해요.” 요리 이외의 부분까지 완벽한 서비스를 전하고 싶어 하는 셰프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산다이에서 제안하는 페어링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려해 궁합이 잘 맞는 사케를 추천한다. 식사를 시작하는 가벼운 전채 요리에는 술 역시 산뜻한 사케로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센킨 무쿠(仙禽無垢)를 추천하는데, 열처리를 하지 않아 프레시한 산미가 특징이다. 마치 와인처럼 상큼한 맛이 특징으로 날렵한 와인 글라스에 담아 내면 새로운 사케 맛에 놀라는 분이 많다고 한다. 감칠맛이 풍부한 국물 요리에는 사케 역시 감칠맛이 진한 타테노가와(楯野川)를 추천한다. 프리미엄 등급의 다이긴죠로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사케를 잘 모르거나 처음 마시는 분에게는 호불호 없는 맛과 어느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토우요우비진(東洋美人)을 추천하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안주가 함께 나오는 핫승과도 함께 마시기 좋다. 일반 술과 달리 사케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하면 따뜻하게 데워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인데, 유키노보우샤(雪の茅舎)가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 제격이다. 따뜻한 야키모노나 아케모노 요리와 함께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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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눈과 쌀이 유명한 아키타현의 쌀로 만든 유키노보우샤(雪の茅舎),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토우요우비진(東洋美人), 와인 같은 산미와 프레시한 맛이 특징인 센킨 무쿠(仙禽無垢), 쌀 도정율이 50%인 다이긴죠 사케로 깔끔한 맛의 타테노가와(楯野川)


청담 산다이는 소우게츠, 쇼쿠도카이에 이어 문승주 셰프의 세 번째 레스토랑이다. 그에게 레스토랑은 한 편의 영화다. 그곳에서 셰프는 영화감독처럼 요리를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이자 감독이 된다. 봉준호 감독의 팬이자 영화광이기도 한 문승주 셰프는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감독이다. 요리사로서 음식을 선보이는 방법을 통해 매번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하나의 레스토랑을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매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고. “요리가 맛있는 레스토랑은 정말 많잖아요. 저만이 전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문승주 셰프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만의 구성이 짜여 있는 듯하다. 훌륭한 감독이 좋은 영화를 만들듯 문승주 셰프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는데, 셰프는 손님들에게 좋은 기운과 만족감을 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깔끔하고 정갈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영화나 공연을 많이 보며 영감을 얻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며, 스스로 정갈하게 매무새를 다듬는다고 했다. 요리와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마지막으로 셰프의 다음 계획을 물었다. “그건 아마 손님들이 만들어주시지 않을까요? 손님들이 찾아주는 만큼 그리고 제 요리를 맛있게 드셔주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거 같아요.” 요리를 만드는 셰프는 결국 음식과 손님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문승주 셰프는 이미 알고 있다.




Edit 이유나 | Photograph 류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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