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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근, 신가영의 페리지

  • gmthp1
  • 2022년 9월 1일
  • 6분 분량

PERIGEE

같은 장소에서 같은 메뉴를 내지만 매일 발전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페리지의 임홍근, 신가영 셰프는 아르티장을 목표로 한다.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문고리를 열고 들어서면 마주하게 되는 페리지의 오픈 키친. 그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요리사들에게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궁극의 이탤리언


이탤리언 요리는 짜장면, 라멘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파스타보다 스파게티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던 시절부터 셰프의 개성과 전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생면 파스타가 유행하는 현재까지 거듭 발전해 여기까지 왔다. 한국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은 미식의 격전지인 서울을 빼놓고 얘기하더라도 포화 상태다. 특히 파스타는 외식 시장에서 젊은 요리사들에게 더 이상 무난한 선택지가 아닌 무척 까다로운 무대가 되어버렸다. 이탤리언이라는 치열한 장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검증된, 너무도 많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넘어서야 한다.


삼성동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사인.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정성스럽게 스톡을 끓이는 기본적인 방식 외에도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자기 스타일을 녹여내는 젊은 셰프는 그리 많지 않다. 단조로운 선율 안에서 확실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이번 인터뷰를 위해 찾은 임홍근, 신가영 셰프의 페리지가 그랬다. 지난해 삼성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페리지는 오픈 1년 만에 주목받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됐다. 10분 만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더위가 수그러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던 어느 늦여름 날 만난 임홍근, 신가영 셰프는 어여쁜 미소를 가진 젊은 부부 오너 셰프였다. 미소에 무장해제되는 것도 잠시, 간단한 인사말을 몇 마디 주고받은 뒤 수많은 요리사가 들끓는 어수선한 주방에서만큼은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눈빛으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뉴 아메리칸 이탤리언 레스토랑, 페리지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 펼쳐진 공간에는 테이블 좌석으로만 배치했다. 주방이 보이는 바 좌석만이 가지는 매력도 좋지만, 손님들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 오랜 시간 편하게 식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임홍근 셰프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작은 일식집에서 요리에 첫발을 내디뎠다.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하기 위해 훌쩍 미국으로 떠나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마레아Marea에서 근무하며 파스타 공부에 매진했다. CIA 요리 학교에서 와인과 레스토랑 경영 공부도 놓치지 않았다. 당시 신가영 셰프 역시 CIA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기물.

“파스타를 좋아한다는 점도 비슷했고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세계 곳곳을 같이 다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웃음)” 둘은 미국 유학 시절 만나 지금까지 모든 여정을 함께 해온 둘도 없는 사이다. 셰프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의 미쉐린 레스토랑 퀸스Quince, 아틀리에 크렌Aterier Crenn과 플라워+워터Flour + Water 등 유수의 레스토랑을 거치며 다양한 장르의 파스타와 요리를 접했다.


페리지를 상징하는 달 모양.

이후 파스타 본거지인 이탈리아로 떠났지만 코로나19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긴 팬데믹으로 레스토랑 취업이 힘들어지자 우여곡절 끝에 한남동에 작은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유를 물으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임홍근 셰프의 답이 참 심플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하려던 거라서 우선 부담이 없었어요. 서울에는 저희가 생각하는 파스타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죠. 저희 파스타를 먹어본 손님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자신감이 생겼어요.”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중 좋은 기회를 만나 오픈한 게 바로 페리지다. 셰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는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즐기며 사는 사람인 듯 보였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주체적이고 도전적이다.


페리지를 총괄하는 임홍근, 신가영 오너 셰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의지하며 페리지를 이끌어간다.

신가영 셰프는 둘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서로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해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성향은 오롯이 페리지에 반영된 듯했다. 페리지의 퀴진은 ‘뉴 아메리칸 이탤리언’이다. 이탤리언 파스타를 베이스로 국경의 제약이 없는 요리를 선보이는데 여기서 핵심은 ‘스토리’다. “제가 공부했던 뉴욕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도시예요.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비즈니스뿐 아니라 식문화 같은 것도 조금씩 섞여 있어요. 파스타 경우에도 그렇죠. 과도하게 좋은 재료를 응축해서 만들거나 이탈리아에서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를 쓴다는 건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 스타일과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뉴욕에선 저항이 적어요.”


물과 밀가루로 반죽하고 손으로 모양을 잡아 만드는 페리지의 파스타. 피치, 안다리노스, 카바텔리, 라비올로니, 탈리올리니는 쫄깃쫄깃한 수제비 같은 식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뉴욕에서 보낸 셰프는 그러한 뉴욕의 뒤엉킨 정서를 음식에 담았다. 물론 그만의 스타일로 터치한 세련된 방식으로 말이다. 그와 비슷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오랜 시간 유학했거나 생활했던 이들이 페리지를 찾는다. 서울에 파스타를 잘하는 레스토랑은 이미 많지만, 전체적인 경험으로 파스타를 내는 레스토랑은 흔치 않기에 페리지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안다리노스andarinos 파스타는 사프란을 넣어 반죽한 뒤 손으로 하나씩 밀어서 꼬아 만든다. 갑각류 육수에 체리 토마토, 성게알, 올리브 오일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숯 향을 입혀 구운 랍스터를 위에 올린다.

봉골레 파스타는 손으로 한 가닥씩 밀어 길게 만든 피치 면을 사용한다. 마늘과 파, 고추를 볶은 다음 바지락 육수, 생선 육수, 전복 내장 소스를 넣어 만든 소스에 삶은 피치 면, 브레이징한 전복 슬라이스를 넣고 섞은 뒤 익힌 모시조개와 빵가루로 플레이팅했다.



페리지라는 근지점

라사냐 요리에 사용하는 베샤멜 소스를 만드는 모습.

페리지의 음식은 아르티장을 지향한다. 달걀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밀가루로만 반죽하고 압출식으로 모양이 잡혀 나오는 익스투르더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여느 생면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과 다르게 섬세한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파스타 면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손으로만 해야 하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이지만, 한국에서 이런 파스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같은 레시피라도 동일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매일 만들면, 레시피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높아지고 완성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셰프는 안다.


소고기와 판체타, 각종 허브, 치킨 스톡을 넣어 만든 라구 소스를 접시에 펼쳐 담고 있다.

지금은 자신이 원하는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그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요리는 신가영 셰프에게 맡기고 임홍근 셰프는 직접 디시를 서빙하거나 파스타를 섞어주며 손님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애쓴다. 매 요리가 나오기에 앞서 따뜻한 앞접시를 제공하고, 코스 요리처럼 파스타를 내는 것 또한 따뜻한 온도에서 파스타가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그 맛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와인 리스트 작업에도 힘을 쏟는다. 규모가 크지 않은 레스토랑치고는 와인 종류가 많고 퀄리티도 좋은 편인데 다른 곳에서 흔하게 내는 것과 다른 와인을 소개하고 싶어서다. 이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페리지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메뉴 중 하나인 라사냐는 달걀을 넣어 만든 가는 면 사이사이에 라구 소스와 포모도로 소스를 채워 60겹 정도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다. 오븐에 구워 식힌 후 보통의 라사냐와 달리 세로로 얇게 자른 후 팬에 정제 버터를 넣고 바삭하게 부침개를 부치듯 구운 뒤 포모도로 소스, 베샤멜 소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바질을 얹는다.

삼성동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길 바라며 문을 연 페리지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이들은 페리지를 꼭 방문해보자.

음식만큼이나 와인을 함께 나누면서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생기고 친밀감이 생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페리지라는 이름을 붙인 것 또한 그 때문이에요. 페리지는 근지점이라는 뜻인데요, 지구를 도는 위성이 궤도 위에서 지구와 가까워지는 점을 말해요. 가까이 혹은 멀리서 맴돌던 여러 사람이 페리지라는 공간을 통해 음식과 와인으로 더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공간을 내주고 싶은 임홍근, 신가영 셰프.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리를 내지만 어제의 요리와 오늘의 요리가 다르다. 모양은 같아도 매일 발전하고 있다. 페리지는 그렇게 아르티장을 목표로 한다. 예약이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자. 그렇기에 훌륭한 이탤리언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페리지에는 와인은 물론이고 위스키도 준비되어 있다. 페리지는 주류 주문이 필수로,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즐겨볼 것을 권한다.


Recipe for Oliver


임홍근, 신가영 셰프가 〈올리브 매거진〉 독자를 위한 스페셜 메뉴를 선보였다. 오징어 먹물 부시아테는 듀럼 밀가루, 00밀가루에 따뜻한 물과 오징어 먹물을 넣고 반죽해 손으로 꼬아 만든다. 각종 갑각류, 어패류, 생선을 넣고 끓인 해산물 육수 베이스에 마늘, 체리 토마토, 올리브 오일, 바질로 만든 소스로 맛을 내고 노랑촉수 생선 살을 숯에 구워 올려 마무리했다.


오징어 먹물 부시아테

재료

듀럼 밀가루, 00밀가루, 오징어 먹물, 딱새우, 오징어, 홍합, 노랑 촉수(필레), 생선 뼈, 꽃게, 양파, 셀러리, 당근, 펜넬, 토마토 페이스트, 브랜디, 화이트 와인, 파슬리 줄기, 통후추, 타라곤, 펜넬씨, 살사 베르데(파슬리 베이스의 머스터드와 안초비로 만든 소스), 미트 글루, 방울토마토, 바질, 파슬리, 마늘 슬라이스,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춧가루


PREP

1 듀럼 밀가루, 00밀가루에 따뜻한 물과 오징어 먹물을 넣고 반죽해 파스타를 만든다.

2 기본 소스로는 카추고cacciucco(토스카나 지역의 생선 스튜)에서 착안한 육수로, 딱새우, 오징어, 홍합, 생선 뼈(흰 살 생선, 다양하면 더 좋다), 꽃게를 큰 냄비에 담아 노릇하게 볶다가 잘게 썬 양파, 셀러리, 당근, 펜넬을 넣고 마저 볶는다. 그런 다음 토마토 페이스트를 조금 넣고 약불에서 브랜디와 화이트 와인을 넣고 끓인다. 알코올이 어느 정도 날아가면 얼음물을 채운 뒤 약불로 서서히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거품을 걷어낸 뒤 파슬리 줄기와 통후추를 넣고 2시간 동안 뭉근히 끓이다가 타라곤, 펜넬씨를 넣고 15분 정도 더 끓인다. 가는 체에 걸러 차갑게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3 노랑촉수 필레 안쪽을 살사 베르데와 소금으로 간하고 미트 글루를 살짝 뿌린 뒤 플라스틱 랩으로 꽉 말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4 방울토마토 끝부분에 살짝 칼집을 넣고 끓는 물에 15초 정도 데친 다음 바로 얼음물에 넣어 식힌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썰어둔다.

5 바질과 파슬리는 얇게 썬다.


HOW TO COOK

1 적당히 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방울토마토 자른 면이 바닥에 닿게 담아 익힌 뒤 트레이에 담는다. 마늘 슬라이스를 넣고 색이 안 날 정도로 향을 낸다. 곧바로 화이트 와인을 살짝 둘러 알코올을 날린 뒤 미리 만들어둔 육수를 붓는다. 부시아테 면을 끓는 물에 넣어 익힌다.

2 소스를 만들기 시작할 때 숯불에 딱새우, 오징어, 노랑촉수, 부시아테를 구우면서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3 면이 다 익으면 만들어둔 소스에 넣고 강불에 익히면서 소스 농도를 조절한다. 방울토마토, 올리브 오일, 바질, 파슬리를 넣으며 마무리한다(이때 간이 부족하면 토마토소스를 추가한다).



페리지 Perigee

임홍근, 신가영 셰프의 첫 번째 오너십 레스토랑이다. 테이블 10개의 아담한 규모에 오픈 키친으로 되어 있어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애피타이저, 파스타, 메인 메뉴 등 이탤리언 요리를 내며 300가지가 넘는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114-40

— 오후 5시 30분~10시(일요일 휴무)

— 02-6550-8912




Edit 박솔비 | Photograph 박재현(그리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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