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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도시, 툴루즈 2

ON THE ROAD TOULOUSE

 

활기찬 농산물 시장과 예술적으로 꾸민 치즈 가게, 동화책에 나올 법한 초콜릿 가게를 한가로이 둘러보자. 푸짐한 카술레 한 그릇과 향기로운 바이올렛 아이스크림을 여유롭게 맛볼 수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분홍빛 도시 툴루즈.


 

툴루즈 시내 중심에 있는 플라스 뒤 카피톨 광장.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카술레를 만나는 여정


나는 한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 오텔 알베르 프르미에Hotel Albert 1er에 머물렀다(hotel-albert1.com). 시장에서 빵가루의 흔적을 따라 플라스 뒤 카피톨Place du Capitole 광장으로 나와 모퉁이를 꺾어 돌면 찾아갈 수 있는 숙소다. 툴루즈 최초의 에코 라벨 호텔이자 슬로 투어리즘을 지향하는 호텔로, 손님이 지도에 표시된 산책로를 따라 도보 또는 자전거로 탐험을 떠나면서 지역 사업에 일조하기를 권장한다. 아침 식사로는 유기농 스프레드를 바른 갓 구운 빵, 요구르트, 치즈, 방목 달걀과 과일이 나온다. 저녁 식사는 따로 제공하지 않지만, 툴루즈에는 반짝이는 미쉐린 스타를 포함해 훌륭한 레스토랑이 수없이 많다.


르 세나클Le Cenacle의 토마스 본더셰르Thomas Vonderscher 셰프는 전통 툴루즈 요리를 세련되게 재해석해 2019년 첫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 한쪽 끝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장엄한 석조 벽난로가, 반대쪽에는 카라바조Caravaggio의 작품 ‘엠마오에서의 저녁 식사Supper at Emmaus’가 자리한 이곳에서는 극적인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머스터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송아지 고기 타르타르 아뮈즈 부슈는 한 입만으로 냉기와 열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급스러운 랍스터에는 딸기와 짭짤한 캐비아를 가미해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자비에에 진열된 치즈, 르 장티 마그레의 카술레.

시그너처 메뉴는 호화로운 패스티(페이스트리 반죽에 속 재료를 채워 넣고 구운 영국 요리)라 할 수 있는 케르시 지역의 비둘기 피티비예다. 하지만 툴루즈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카술레cassoulet다. 흰콩을 바탕으로 돼지고기와 오리 콩피를 가미한 푸짐한 스튜 카술레의 맛의 비결은 천천히 익히는 조리 시간이다. 매 시간 위에 생긴 막을 부숴서 휘저어가며 7시간이나 뭉근하게 익힌다. 카술레의 정확한 기원을 두고 카스텔노다리Castelnaudary, 카르카손Carcassonne, 툴루즈가 수 년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별로 특징이 조금씩 다른데, 카스텔노다리에서는 거위 콩피를, 카르카손에서는 양고기와 자고새 고기를, 툴루즈에서는 현지의 소시지를 넣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대표성을 띠는 카술레의 고향은 뭐니 뭐니 해도 툴루즈다.


레 셰발리에 뒤 피엘Les Chevaliers du Fiel의 농담처럼 시작된 ‘카술레 세계 챔피언십(Le Championnat du Monde de Cassoulet)’은 매년 열리는 행사가 되었다. 이 행사의 2017년 우승자 크리스토프 파산Christophe Fassan은 나무 그늘이 드리운 생 조르주 광장의 레스토랑 에밀Emile의 수석 셰프다(restaurant-emile.com). 햇살이 화창한 겨울 오후, 나는 에밀에 앉아 도자기 그릇에 잔뜩 들어 있는 고기를 천천히 음미했다. 그리고 르 장티 마그르Le Genty Magre에서도 소복하게 담긴 콩 위에 박힌 소시지가 눈에 띄는 카술레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legentymagre.com). 카술레 미식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전설적인 르 비방Le Bibent을 꼽을 수 있지만 더는 내 동맥이 위험했다.


가론 강둑의 알 프레스코 음식점.


보랏빛 제비꽃으로 채워진 툴루즈의 또 다른 매력


그 대신 나는 영양학자이자 괴짜 과학자라 알려진 뱅상 망소Vincent Menseau가 운영하는 독창적인 샌드위치 바 브와모아Bwamoa로 향했다. 비건 버거와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이는 곳이다(bwamoa.fr). 현지의 수제 유기농 빵으로 만든 버거 번은 밝은 녹색(엽록소), 주황색(퀴노아), 검은색(숯) 등 천연 색소를 이용해 물들인다. 필링으로는 훈제 연어와 과카몰리에 치즈, 그릴에 구운 채소 타르타르와 과카몰리에 가지 캐비아 등 다양한 구성을 자랑한다. 음료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뱅상이 시험관에 장미와 리치, 라즈베리 혼합물을 섞은 다음 라즈베리 ‘눈’과 치아 시드, 타이 바질, 알로에 베라를 더한 후 라즈베리와 장미 주스를 두르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입속에서 리치가 터져 나오며 향기로운 과일과 꽃 향이 느껴졌다.


50여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철마다 맛이 바뀐다. 황갈색의 땅콩호박 아이스크림에서는 흙 향이 물씬 풍기는 가을이 느껴진다. 솔티 셉은 버섯이 피어난 숲의 흙 같은 풍미다. “카망베르는 겨울과는 잘 어울리지만, 여름에 먹기에는 너무 강렬합니다.” 뱅상의 설명이다. “하지만 염소 치즈와 꿀은 겨울에 먹기에는 조금 밋밋하지만, 여름이라면 상쾌하게 느껴지지요.”


생-토뱅 시장의 뮈스카 포도.

라 메종 드 라 비올레트에서 판매하는 바이올렛 절임.

제비꽃 아이스크림도 있다. 분홍색 도시 툴루즈의 또 다른 명물인 제비꽃은 미디 운하의 보라색 소형 선박,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라색 옷을 입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엘렌 비에Helene Vie 감독 등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은 수상 박물관 라 메종 드 라 비올레트La Maison de la Violette에서는 방문객에게 섬세한 제비꽃과 다양한 관련 제품을 선보인다(lamaisondelaviolette.com).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에서 귀환한 군인이 연인을 위해 제비꽃을 가져온 것이 툴루즈 제비꽃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현지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제비꽃은 겨우내 꽃을 피워 농부에게 완벽한 작물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여러 차례 혹독한 겨울이 찾아오면서 수가 많이 줄어들어 거의 모든 종자가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현재 툴루즈에서는 운하 근처에서 온실을 운영하는 엘렌을 포함해 네 곳의 가문이 제비꽃을 재배하고 있다.


엘렌은 과자와 초콜릿은 물론 머스터드, 소금 등 특이한 제비꽃 제품을 생산하며 현지 요리사와 협력해 제비꽃을 이용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소스에 제비꽃 식초를 살짝 두르면 오리 고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섬세한 향이 정어리와 가리비 카르파초에도 산뜻한 매력을 선사한다. 염소 치즈에 제비꽃 꿀을 두르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2월이면 제비꽃을 기념하는 연례 축제가 열린다. 분홍색 도시인 툴루즈에서 홀로 두드러지는 보랏빛인 셈이다.


 

찾아가는 방법


— 브리티시 에어웨이(ba.com)와 이지제트(easyjet.com)의 영국과 툴루즈 왕복 항공편

— 오텔 알베르 프르미에(hotel-albert1.com) 더블 룸(숙박 전용)




Edit 김지혜 | Word & Photograph 루시 길모어Lucy Gil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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