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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도시, 툴루즈 1

ON THE ROAD TOULOUSE

 

활기찬 농산물 시장과 예술적으로 꾸민 치즈 가게, 동화책에 나올 법한 초콜릿 가게를 한가로이 둘러보자. 푸짐한 카술레 한 그릇과 향기로운 바이올렛 아이스크림을 여유롭게 맛볼 수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분홍빛 도시 툴루즈.


 

프랑스 남서부 오트가론Haute-Garonne과 옥시타니Occitanie 지역의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그림엽서 같은 귀여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나무가 길게 늘어선 가론강이 흐르는 가운데 충적토로 만든 붉은색 벽돌이 두드러져 특유의 ‘라 빌 로즈La Ville Rose(분홍색 도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곳에는 가론강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17세기의 미디 운하(Canal du Midi)와 생-세르냉 대성당(Basilique Saint-Sernin)이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두 곳이 공존한다. 넓은 대로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하다. 여름이면 강둑을 따라 활기 가득한 팝업 레스토랑을 볼 수 있고, 거의 모든 모퉁이마다 시장이 선다. 특히 일요일 아침에 열리는 생-토뱅Saint-Aubin 농산물 시장을 놓치지 말자. 도시의 퐁뇌프 다리 근처에서 열리던 농산물 시장은 1830년대에 도시를 가로지르는 큰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철거되었다. 이후 빅토르 위고와 카름Carmes(카르멜리트Carmelite의 준말), 생-시프리앵Saint-Cyprien(화려한 19세기 철물 구조가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파리 센강의 레프트 뱅크Left Bank 지역에 있다)등 세 곳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빅토르 위고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1959년 도시 설계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통해 1층은 마켓,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주차장으로 이루어진 시장으로 되살아났다.



빅토르 위고 시장과 툴루즈의 맛


나는 툴루즈의 빅토르 위고 시장에서 소박한 빵 한 덩어리를 먹으면서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었다. 역사 수업(18세기의 빵 폭동과 프랑스혁명)을 무료로 듣는 중이었다. 맛있는 바게트를 고르려면 우선 끄트머리가 뾰족한 것을 선택한다. 끝부분이 뾰족할 경우 제빵사가 기계 아닌 손으로 반죽을 성형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찾은 관광객에게 프랑스인처럼 음식을 먹고 식재료를 쇼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툴루즈의 맛’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tasteoftoulouse.com) 제시카 해머의 팁이다. 덧붙이자면 끄트머리가 뾰족하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바게트인 ‘바게트 드 트라디시옹baguette de tradition’이라는 뜻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 비싸게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크리오요 쇼콜라티에의 수많은 초콜릿.

르 세나클의 딸기와 캐비아를 가미한 랍스터.

20세기에 빵의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정부는 ‘데크레 뒤 팽decret du pain’이라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전통 프랑스 빵(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나 사워도우 발효종 외의 첨가물을 넣지 않은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빵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법률이다. 매일 대량생산되는 바게트는 ‘바게트 오르디네르baguette ordinaire’라고 불린다. 좋은 빵을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색상이 황금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러멜화된 크러스트에서 풍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또 바닥에 물집 흔적이 보여야 한다. 이는 전통 오븐의 돌바닥 때문에 생겨나는 흔적이다. 마지막으로 제시카는 빵 바닥을 톡톡 두드리면서 좋은 빵에서는 속이 빈 소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빵 수업은 메종 보헤어Maison Beauhaire의 불랑제리에서 계속 이어졌다. 장-뤼크 보헤어Jean-Luc Beauhaire는 공식적인 프랑스 최고의 제빵사로 손꼽힌다. 미쉐린 스타와 달리 일단 따면 평생 유지되는 프랑스 국가 지정 명장(MOF, Meilleur Ouvrier de France)이다. 그의 전문 분야는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는 불 묄리에르boule meuliere다. 우리는 빵을 반으로 자르고 계량하며 쇼콜라틴chocolatine을 따로 포장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프랑스 남서부에서는 팽 오 쇼콜라를 찾아서는 안 된다. 프로방스어 쇼콜라티나chocolatina에서 유래한 쇼콜라틴은 팽 오 쇼콜라와 똑같은 빵이지만, 현지인은 이 명칭을 고수하고 있다).


옅은 분홍색 벽돌로 유명한 툴루즈의 건물들.

이후 끈적끈적한 슈를 맛볼 수 있는 레 슈 델레오노르Les Choux d’Eleonore와 툴루즈의 인기 요리 카술레의 주재료인 툴루즈 소시지로 유명한 샤퀴테리 가게 메종 가르시아Maison Garcia를 방문했다. 이후 시장 주변에 자리한 전통 깊은 미식 전문점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크리오요 쇼콜라티에Criollo Chocolatier에서는 말린 무화과와 발사믹 식초, 월계수 잎, 라임 제스트, 홍고추 등 다양한 맛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가나슈와 프랄린 초콜릿을 선보인다(criollo-chocolatier.com).


치즈 전문점 그자비에Xavier 또한 MOF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장 지하실에서 약 80% 살균하지 않은 원유로 치즈를 직접 숙성시킨다(xavier.fr). “프랑스에서 치즈는 제철 음식입니다.” 제시카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자비에에서는 오늘은 어떤 치즈가 괜찮은지 물어볼 수 있어요. 특히 연질 치즈에 대해서요. 숙성 기간이 며칠만 지나도 특징이 완전히 바뀔 수 있거든요."


이 작은 매장에는 신선한 염소 치즈에서 얻은 껍질 치즈, 피레네산맥의 양젖 치즈, 블루 치즈, 하드 치즈에 이르기까지 온갖 치즈가 정교하게 구분되어 나열되어 있다. 제시카는 또 하나의 유용한 팁도 알려줬다. “치즈는 반드시 레드 와인과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오해입니다. 프랑스 치즈의 80%는 화이트 와인과 더 잘 어울립니다.”


투어가 끝난 후 우리는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 셰 뱅상Chai Vincent의 와인 가판대에서 와인 한 병을 사 들고 빵과 치즈, 초콜릿이 담긴 전리품 바구니를 옆구리에 꼭 끼고서 자리를 떴다.




Edit 김지혜 | Word & Photograph 루시 길모어Lucy Gil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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