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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미식 도시 포틀랜드

ON THE ROAD PORTLAND

 
포틀랜드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세인트 존스 브리지. 화창한 날에도 아름답지만 해가 지는 석양을 바라볼 때 특히 더 아름답다.

한적한 미국 서부 해안 도시 포틀랜드. 가염 땅콩버터 브리틀 아이스크림, 장미 꽃잎과 검은 후추 콤부차, 맥주와 커피를 맛보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컬트 코미디 시트콤 <포틀랜디아>에서는 포틀랜드의 히피적 이미지를 익살스럽게 전달한다. ‘젊은이가 은퇴하는 곳’이자 작물을 재배하고 맥주를 양조하고 공동체에 가입하는 곳이라는 식이다. 이 오리건의 변덕스러운 지역은 한가로운 듯하다고 해서 창의적인 추진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윤리적으로 생산한 단일 원산지 커피를 홀짝일 수 있는 곳이라고 무조건 미국 요리의 수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육체노동자의 마을이었던 태평양 북서부의 포틀랜드는 지난 20년간 미식가 혁명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이곳은 구석구석마다 장인 로스터와 빈투바 초콜릿 메이커, 고급 도넛 가게, 곡물로 술을 빚어내는 크래프트 증류소, 소규모 양조장, 콤부차 탭룸, 농산물 시장과 푸드 카트가 이어지는 지역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열리는 사과주 서밋(cidersummitnw.com)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인 피스트 포틀랜드(feastportland.com)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음식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 또한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운동의 개념으로 셰프와 농부, 와인 양조업자, 맥주 양조업자, 장인 생산자, 레스토랑 경영자가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누리며 포틀랜드답게 기아 종식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아이디어 인큐베이터나 다름없다. 이렇게 포틀랜드는 진심을 다해 만들어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포틀랜드 다운타운 뷰. 오리건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틀랜드는 공원, 다리, 자전거 도로뿐만 아니라 친환경과 맥주, 커피로도 유명하다.

또 히피에서 힙스터로 방향을 틀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멀리서부터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의 부티크 호텔 켁스KEX의 두 번째 지점(kexportland.com), 1906 그로브 호텔1906 Grove Hotel을 트렌디한 휴양지로 개조한 영국 호텔 그룹의 혹스턴Hoxton(thehoxton.com) 등이 그 사례다. 혹스턴의 인테리어는 화분에 심은 식물과 노출 벽돌 벽, 낮은 벨벳과 가죽 의자,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가득 채운 창문이 두드러지는 객실에는 현지의 예술가와 책벌레들이 엄선한 양서를 진열해놓았다.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디 서점인 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Powell’s City of Books도 있다.


음식은 마을에서 가장 핫한 브런치 가게이자 샘 스미스 셰프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중동 요리를 선보이는 투스크(tuskpdx.com)를 운영하는 서브마린Submarine에서 제공한다. 샘 스미스 셰프의 시그너처인, 거미줄처럼 보송보송한 후무스를 수영장에 둥둥 떠다니는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의 거대한 예술 작품 아래에서 맛볼 수 있다.



포틀랜드 곳곳에서 만나는 먹거리


하루 종일 아무 때나 식사할 수 있는 혹스턴의 라 네타는 멕시코 테마 레스토랑으로 루프톱 바와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토프Tope(초록색과 흰색 타일로 꾸민 공간에서 탁 트인 포틀랜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를 운영한다. 해가 언덕 뒤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나는 훈제 향이 감도는 메즈칼 칵테일 캐럿 온 마이 웨이워드 선Carrot on My Wayward Son(반헤즈 메즈칼 술과 당근, 고구마, 라임, 몰 비터스와 달걀흰자를 넣은 것)을 홀짝이고 있었다. 매일 아침이면 허기를 느껴 잠에서 깰 때를 대비해 문 앞에 걸어놓은 ‘리틀 브렉퍼스트(요구르트와 그래놀라, 오렌지 주스, 과일로 구성)’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번사이드 브리지Burnside Bridge 바로 건너편인 센트럴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도시 최초의 소규모 커피와 초콜릿 테이스팅 룸이자 카페인 컵앤드바에 가면 환상적인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센트럴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카페인 컵앤드바에 가면 맛이 환상적인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을 수 있다. 사진은 리코타를 바른 사워도우에 잘 익은 아보카도와 수란, 레몬을 뿌린 오픈 토스트.

그리고 리코타를 바른 사워도우에 잘 익은 아보카도를 얹고 레몬을 두른 토스트는 떠들썩한 광고에 부응하는 맛이었다. 포틀랜드는 북동쪽과 북서쪽, 남동쪽, 남서쪽, 북쪽의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진 ‘사분할’ 도시다. 산업 중심지인 센트럴 이스트사이드는 이제 기업가 정신을 지닌 생산업자가 리모델링한 창고로 가득하다. 북서쪽에는 노브 힐Nob Hill의 부티크와 클랩보드 하우스, 댄디 워홀Dandy Warhols의 와인 바 겸 녹음 스튜디오인 올드 포틀랜드(theoldportland.com), 여성이 운영하는 진 증류소 겸 칵테일 바 프리랜드 스피릿(freelandspirits.com)이 자리한다.


녹음이 우거진 남동쪽의 디비전 스트리트Division Street는 미식 마라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아바 진의 고향으로, 전설적인 동남아시아 길거리 음식 레스토랑인 폭폭(pokpokdivision.com)과 가문비나무 순, 허클베리의 상쾌한 풍미가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솔트앤드스트로(saltandstraw.com), 숲속 과일을 주제로 삼은 인기 메뉴 블루베리 버번 바질 맛 도넛으로 유명한 블루스타도넛(bluestardonuts.com) 등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도회적인 분위기의 와이너리인 사우스이스트 와인 컬렉티브(sewinecollective.com)에서는 즉석에서 따라주는 바이오다이내믹 유기농 와인은 물론 마늘 빵가루와 딸기, 양젖 치즈, 식용 꽃을 곁들인 깍지콩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포틀랜드의 차와 커피, 그리고 맥주


빅 푸디(thebigfoody.com)에서 운영하는 미식 도보 투어에 참석해 센트럴 이스트사이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기찻길 옆에 자리한 산업 건물 스티븐 스미스 티메이커Steven Smith Teamaker의 창립자 로라 모건Laura Morgan을 만날 수 있었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고급 찻잔과 시음 카운터, 티 하우스와 블렌딩 룸으로 꾸민 세련된 매장을 구경할 수 있다(smithtea.com). 나는 기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테이스팅 가이드 니콜의 안내에 따라 네 종류의 차를 마셨다. 진한 홍차인 포틀랜드 브렉퍼스트Portland Breakfast에서는 맥아와 가죽, 향신료의 향이 느껴진다. 캐머마일 꽃잎과 오스만투스 꽃을 블렌딩한 섬세한 백차인 화이트 페탈White Petal은 은은한 크리미함과 살구 향이 특징이다. 기네스처럼 크림 거품이 올라가는 니트로 차이nitro chai와 콤부차 또한 즉석에서 바로 따라 내준다.


수많은 로스터리 카페를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곳에선 신선한 커피를 로스팅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다.

바와 찻집에서 통에서 바로 따라주는 형태로 판매하는 발효 차인 콤부차는 포틀랜드의 제왕이다. 이후 3시간에 걸친 도보 투어에서는 손으로 수확한 천일염을 판매하는 제이콥슨솔트(jacobsensalt.com)와 코아바 커피(coavacoffee.com) 및 뉴딜 양조장(newdealdistillery.com)에서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었다. 포틀랜드 전역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한 이후 뉴딜 양조장의 설립자톰 버클로Tom Burkleaux는 ‘왜 크래프트 증류주는 없지?’라는 번쩍이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2004년에 차고를 빌리고 증류기를 구입했다.


맥주 애호가들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로 포틀랜드 전역에는 크고 작은 브루어리가 즐비하다. 비어바나Beervana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전 세계 맥주 트렌드가 축약된 듯하다.

뉴딜의 시그너처인 그레인투글래스grain-to-glass 보드카에서는 오리건주의 겨울 연질 밀로 만든 것으로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실크 같은 단맛과 바닐라 향이 느껴진다(위스키 양조 수업 또한 진행한다). 70개가 넘는 포틀랜드의 소규모 양조장(달리 비어바나Beervana라는 별명이 붙은 것이 아니다) 중 가장 실험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가 흙 향기가 나는 콤부차 풍미가 두드러지는 판타스틱 보야지Fantastic Voyage와 버번 통에서 숙성시켜 초콜릿과 탄 캐러멜, 바닐라, 오크 향이 느껴지는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 모스트 모스트 프리미엄Most Most Premium으로 유명한 자이갠틱 브루잉이다(giganticbrewing.com).


창고가 늘어선 넓은 거리를 배회하면서 로라는 19세기 후반까지 배와 기차가 이곳에 화물을 배달했기 때문에 ‘프로듀스 로Produce Row’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당시의 포틀랜드 항구는 시애틀보다 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건물마다 스트리트 아트가 가득하고 빈티지 상점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3개월마다 활기찬 야시장(pdxnm.com)이 열리는 곳이 되었다. 물론 도시 전역을 통틀어 총 다섯 군데에서 토요일과 일요일, 수요일이면 정기적으로 농산물 시장이 열린다(portlandfarmersmarket.org). 그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포틀랜드의 대학 캠퍼스에 170개 노점이 들어서는 토요일 시장이다.


커피, 맥주에 이어 포틀랜드에서 꼭 맛봐야 할 콤부차. 후추, 장미 꽃잎, 레몬 밤, 셀러리 등 다양한 아로마와 맛을 지닌 콤부차를 만날 수 있다.


여행의 마지막에 함께한 건강한 식탁


노점마다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맛보다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식물성 재료 기반의 케이트아이스크림(katesicecream.com)을 발견했다. 코코넛과 캐슈너트 밀크로 만든 가염 땅콩버터 브리틀과 레트로한 민트 초콜릿 퍼지를 맛본 다음 또 다른 콤부차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소마 노점상(somakombucha.com)에서 발효된 탄산감이 톡 쏘는 매력을 선사하는 매리언베리 콤부차를 마셨다. 더 나아가 에바스허부차(herbucha.com)에서 스코비가 포함된 콤부차 스타터 키트를 구입했다. 독일 출신의 의료계 종사자 에바 시플Eva Sippl은 약초를 이용한 콤부차를 생산한다. 로즈 시티Rose City에 넣은 허브는 불안감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패션플라워와 귀리 짚이다.


고급 채식 레스토랑 팜 스피릿(farmspiritpdx.com)의 애런 애덤스Aaron Adams를 포함해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지지하는 포틀랜드의 셰프 또한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원래 공동 테이블을 중심으로 구성한 식사 공간이었던 곳은 이제 발효가라는 뜻의 퍼먼터Fermenter라 불리며 애런과 스콧 와인가드Scott Winegard 셰프가 클래스를 열고 발효 및 레시피 개발에 집중하는 곳이 되었다. 이어서 방문한 길 건너편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은 식물 설비로 꾸민 세련된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의 셰프 카운터에 앉아 오리건의 숲과 농장, 들판의 풍요로움을 선보이는 캐스케이드식 테이스팅 메뉴를 맛봤다. 거의 모든 식재료를 100마일 이내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애런의 설명에 따르면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하지만, 음식을 맛보니 충분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포틀랜드 시내 번사이드 브리지에서 바라본 상징적인 포틀랜드 오리건주 화이트 스태그 표지판과 구시가지 급수탑.

거침없고 독창적인 메뉴는 경이로운 요리 곡예와 같았다. 사워도우에 곁들인 ‘버터’는 어땠는가 하면, 토마토와 오이 물을 넣은 부드러운 흰색 헤이즐넛 가스파초에는 무화과 잎 오일과 깎아낸 헤이즐넛을 흩뿌려 마치 볼에 여름을 담은 것 같은 맛이 났다. 선인장 호박 세비체는 압축한 애호박과 태운 오이 껍질, 캐머마일 소스의 달콤함에 적양파 피클 파우더를 뿌려 맛을 조절하고 고수와 금잔화 꽃을 뿌려 낸다. 보라색과 흰색 무, 콜라비, 깍지완두, 래디시 꽃에 꽃 식초를 두른 ‘완두콩, 래디시, 꽃’에는 컬럼비아 리버 고지Columbia River Gorge의 스페인식 사과주를 곁들였다. 이 절제된 비행과 같은 식사는 수제 레몬밤 케피르kefir와 장미 꽃잎 및 검은 후추 콤부차로 마무리됐다.


포틀랜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 또한 콤부차였다. 나는 타운셴드 티하우스(townshendstea.com)로 마지막 순례를 떠나 브루 닥터 유즈Brew Dr Yuzu와 맑은 셀러리 향이 나는 로바지 콤부차를 주문했다. 복고풍의 녹색 소파와 긁힌 흔적이 가득한 나무 테이블 사이에 자리를 잡자 길고 하얀 머리에 헐렁한 무명천을 걸친 간달프가 들어와 차 한 주전자를 주문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안락의자에 기대앉으며 신발을 벗고 구멍 뚫린 양말을 신은 채 노트북을 열었다. <포틀랜디아> 드라마에서 막 튀어나온 사람 같았다.


포틀랜드 시내 윌래밋강을 따라 펼쳐진 워터프런트 공원 근처의 시장 풍경.

저 멀리 펼쳐진 타보르산과 경치 좋은 저수지가 그림처럼 펼쳐진 한적한 공원.


 

INFO


더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travelportland.com)를 참조할 것.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 (@lucygillmore)에서 루시의 여행 이야기를 살펴보자.




Edit 왕민아 | Word & Photograph 루시 길모어Lucy Gil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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