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PRESSION

임프레션의 룸 좌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에서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셰프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재료는 절대적이며, 훌륭한 재료는 맛있는 게 당연하다. 재료 중심의 직관적인 맛으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임프레션의 정수를 전한다.

육류보다 해산물을 선호하는 윤태균 셰프의 해산물 디시. 식감과 단맛을 살릴 정도로만 익힌 무늬오징어, 파삭하게 튀겨낸 청도 지역의 한재 미나리, 셀러리 향과 감칠맛 그득한 먹물 소스, 향을 돋우는 셀러리 파우더가 담겨 나온다.
재료로부터
오전 10시. 주방의 불이 켜진다. 윤태균 셰프의 손에는 출근하며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가 들려 있다. 셰프 재킷으로 갈아입은 주방 스태프들은 각자 자리에 서서 오늘 사용할 재료를 다듬는다. 도산공원을 마주하고 있는 통창 너머로 녹음이 짙게 깔린 고요한 레스토랑에는 오직 도마에 닿는 칼질 소리와 재료를 씻는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낮 12시가 되면 런치 서비스를 시작하고, 손님이 다 나가면 윤태균 셰프는 다시 레스토랑 근처의 고급 식재료를 파는 마트로 나선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만, 테이블 위로 서빙되는 음식은 손님이 앉기 직전에 바뀔 수도 있다. 최상의 식재료를 구하면 바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러비지micro lovage는 당귀 맛이 나는 허브로 오징어 먹물이나 홍합 등 바다의 짠맛이 나는 재료와 곁들여 낸다.
호주 르 코르동 블뢰에서 프렌치 요리의 기본기를 배웠고, 그 후 멜버른의 아티카, 뉴욕의 아테라, 덴마크 밀케 & 후르티그카를Mielcke & Hurtigkarl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2015년 한국에 들어왔다. “아티카 는 디너 서비스만 하는데, 오전에 모든 스태프가 농장으로 가요. 당일에 사용할 채소와 허브를 채취하고 디너 준비를 하죠. 만약 준비한 재료가 남는다면 그다음 날 사용하지 않고 버려요. 재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을 때 손님 테이블에 올리죠.” 재료 중심의 요리를 하기 위해 셰프들이 자주 찾는 농장주 강미영 농부에게서 농사일을 배우기도 했다. 개인 업장, 테이블 포포, 페스타 바이 민구 등을 거치며 재료에 대한 진정성을 키우고 농장과 재료 구입처를 차곡차곡 모은 것이 그에게는 큰 자산이다.
정제된 본질, 직관적인 맛

서울 도심 한복판인 신사동에 위치하지만, 도산공원 덕분에 녹음 가득한 뷰가 멋을 더한다.
올해 2월, 윤태균 셰프가 임프레션 주방을 책임지면서 ‘Re:find Essence’라는 모토를 담은 플레이트를 선보인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정제된 음식을 말한다. 육류나 생선, 채소 등 메인 식재료는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최상의 품질로 준비해 특별한 양념은 하지 않는다. 다만 곁들이는 소스나 퓌레에는 수십 가지 복잡미묘한 맛을 담는다. 예를 들어 곰장어를 48시간 정도 염장한 뒤 두 가지 나무를 이용해 7시간 훈연한다. 그리고 3일 정도 숙성한 뒤 포도씨유에 담가 맛과 향이 밴 포도씨유로 가지 퓌레를 만든다. 가지 퓌레, 치맛살, 저온 참기름을 살짝 뿌린 캐비아를 층층이 쌓아 올려 함께 씹으면 온갖 향과 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코스 중 첫 번째 요리인 ‘가지 치맛살 캐비아’는 엄지손가락 정도로 작은 포션으로 나갑니다. 입에 들어가는 양은 적지만 맛의 정수만 뽑아내 재료 본연의 맛과 조화를 이루는 것, 저는 이것이 정제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플로리스트가 꽃을 준비하면 레스토랑의 한 주가 시작된다.
윤태균 셰프의 음식이 담긴 접시는 간결하다. 그러나 섬세한 배려가 스며 있다. “음식을 담을 때 손님이 몇 숟갈 정도에 드실지 의도하고 담아요. 켜켜이 쌓인 맛의 레이어를 충분히 느끼려면 재료가 적절하게 분배되어야 하고, 적당한 양이 입에 차야 해요. 또 메인 요리의 경우 안심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오른쪽에 두고, 양갈비는 왼쪽에 둡니다. 안심 요리는 고기 먼저 먹고 가니시를 곁들이고, 양갈비는 가니시 먼저 먹고 양갈비를 음미하라는 의도가 담겨 있죠.”

서비스 테이블에는 자주 사용하는 도구를 준비해둔다. 파인 다이닝을 핀셋 요리라고도 하는데, 윤태균 셰프는 핀셋 대신 젓가락을 고수한다.

가리비와 트러플을 함께 내는 것은 프렌치 클래식 메뉴다. 여기에 산딸기나 제철 베리로 만든 크림 프레시를 곁들여 맛의 밸런스를 잡았다. 신선한 가리비를 들여와 염도를 맞춘 소금물에 손질한 생가리비 관자를 낸다.
메뉴를 구상할 때 접시의 주인공은 무엇이고, 주인공이 되는 주재료의 매력이 무엇인지 인지해 그 맛을 해치지 않고 맛을 돋워줄 소스와 곁들임을 생각한다. 그리고 손님이 먹었을 때 선명하고 직관적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 때문에 기본양념인 소금과 식초, 올리브 오일 등을 사용할 때도 신중하게 고른다. 해산물・채소・소스의 간 과 밑간용은 태안 자염, 버터・빵과 식물성 지방이 많은 재료는 말돈 소금, 적색육은 카마르그 천일염으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식초도 와인 식초 계열은 포름Forvm 제품과 레오나르디Leonardi 제품을 쓰며, 올리브 오일은 매운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스페인산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양고기는 도축한 뒤 2~3주 정도 되었을 때 가장 맛있다. 이러한 양고기를 구하기 위해 수십 곳의 양고기 수입 업체를 찾아다녔다. 소금 간만 하고 숯불에 구워도 충분히 맛있는 양갈비가 완성된다.

먹는 순서를 고려해 오른쪽에는 가니시, 왼쪽에는 양갈비 구이를 담아 서빙한다.
또 오일은 레몬 오일, 허브 오일 등을 직접 만들어 해산물 조리용, 육류 조리용, 드레싱용 등으로 구분해 쓴다. 이러한 디테일함을 완성하기까지 윤태균 셰프는 수없는 테스팅을 거쳤다. 그는 직관적인 맛을 내기에 좋은 재료를 찾는 데 공을 들인다. 조개 국물을 낼 때는 다이버 바지락만 사용한다. 일반 바지락은 짠맛 외에는 깊은 감칠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고기는 도축 후 2~3주 정도가 가장 맛있을 때다. 이러한 양고기를 찾기 위해 수십 곳의 양고기 수입 업체를 찾아다녔다. 그 덕분에 직접 만든 허브 오일에 소금만으로 간을 해 숯불에 굽기만 하면 직관적인 맛의 양고기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지금은 가을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산낙지와 토란을 연구하는 중이다.

메인 재료의 직관적인 맛을 유지하기 위해 맛을 해치지 않도록 소금, 올리브 오일, 식초 등을 아주 신중하게 사용한다.
The Perfect Pairing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지방 곳곳의 와인을 준비해 식사를 마치면 프랑스 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 2020년에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2스타를 받은 적이 있는 임프레션의 인테리어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22년 2월에 리뉴얼하면서 헤드 셰프, 주방 스태프, 매니저, 심지어 기물마저도 모두 바뀌었다. 다행히 야니스 페랄 소믈리에는 리뉴얼한 임프레션 팀에 남아 있다. “임프레션 음식의 첫인상은 단순합니다. 그러나 맛을 보면 강렬한 인상이 남죠. 매일 마켓에서 가져온 신선한 재료로 변함없는 맛을 내는 윤태균 셰프의 음식을 사랑합니다.

식사 마지막에 독주를 마시는 유럽 식문화처럼 임프레션에서는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와 독주의 페어링을 즐길 수 있다. 위스키 마저 프랑스산으로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의 음식마다 잘 어울리는 프랑스 지방 곳곳의 와인을 곁들여 코스를 마치는 순간, 프랑스를 여행한 듯한 느낌을 전합니다.” 야니스 페랄 소믈리에는 임프레션이 리뉴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흔들림 없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윤태균 셰프와 10년 차 양지윤 매니저의 팀워크가 재방문 손님이 높은 이유라고 말한다. 야니스 페랄 소믈리에는 본인의 와인 서비스를 온도 서비스(temperature service)라고 전한다. 물론 음식과 손님의 컨디션, 날씨 등은 기본적으로 염두에 둔다. 일반적으로 물, 와인, 음식의 순서로 서빙하지만 때때로 음식을 먼저 서빙한 뒤 와인의 온도가 적절할 때 서빙해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룬다.

프랑스 태생인 야니스 페랄 소믈리에는 10년 전 한국에 왔으며, 4년 전 임프레션이 오픈했을 때부터 함께했다. 무엇보다 와인의 온도가 가장 적절할 때 서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손님들을 맞아 식사 시간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완벽한 페어링을 이루는 것은 비단 음식과 와인뿐만이 아니다. 11인의 작가와 협업해 만든 식기는 요리를 궁극의 맛으로 이끈다. 매일 음식을 만들고 담는 셰프라면 자연스럽게 식기를 요리와 똑같이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게 당연하다. 음식은 그릇으로 인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본 플레이트부터 머그잔, 나무 스푼까지 작가와 협업해 제작한 집기를 사용한다. 여름에는 백자에, 가을과 겨울에는 따스한 색감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낸다.
“유리그릇을 만들어주신 정수경 작가님은 그릇을 빚지는 않아요. 특별히 부탁해서 유리그릇을 만들었지요. 정수경 작가님은 레스토랑에 내는 그릇이라면 똑같은 모양이어야 할 텐데 수작업을 하기 때문에 형태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한 테이블에 올리는 그릇을 정형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유리그릇 8점이 있는데 모양도, 크기도 다 다릅니다. 그 자연스러움이 만족스럽습니다.” 작가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있어 크게 관여하지 않았지만, 반짝이지 않는 무광 유약으로 마무리하고, 정형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염두에 두기를 부탁했다. 커틀러리나 와인 잔처럼 반드시 기성품을 써야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작은 나무 스푼까지 공예가와 협업한 기물을 사용해 임프레션(감동)을 더한다.

윤태균 셰프는 쉬는 날에도 한 번씩 나와 고즈넉한 레스토랑에 앉아 메뉴를 정리하기도 한다.
Recipe for Oliver

윤태균 셰프가 〈올리브 매거진〉 독자를 위한 스페셜 메뉴를 소개한다. 양고기가 가장 맛있는, 도축한 뒤 2~3주 된 양갈비를 이용한 요리다. 불맛 나게 구운 양갈비에 직접 만든 허브 오일을 바른다. 윤태균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로 꼽는 애호박을 포도씨유를 두른 팬에 올려 중강 불에서 노릇하게 응축된 단맛이 톡 터지도록 익힌 다음 붕장어튀김과 함께 블랙 케일에 감싸 양고기 오른쪽에 담아 낸다.
양갈비 숯불구이와 애호박 붕장어튀김
재료
양갈비, 애호박, 붕장어, 블랙 케일, 멥쌀가루, 소금, 후춧가루, 버터, 레몬주스, 튀김가루, 램 쥐jus
허브 오일
타임, 로즈메리, 세이지, 월계수 잎, 포도씨유
로즈메리 갈릭 오일
로즈메리, 마늘, 무염 버터, 백간장
PREP
1 양갈비는 어린양의 프렌치 랙을 준비해 두꺼운 지방층을 제거한다.
2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타임, 로즈메리, 세이지, 월계수 잎을 넣고 중간 불에서 30초 정도 향이 우러나도록 데운다. 데운 허브들을 포도씨유에 넣고 냉침해 허브 오일을 만든다.
3 버터를 데워 유층과 지방층을 분리해 정제 버터를 만든 뒤 약한
불에서 로즈메리와 마늘을 넣고 로즈메리 갈릭 오일을 만든 다음 백간장을 섞는다.
4 붕장어는 칼집을 넣어 준비해두고 블랙 케일은 두꺼운 줄기 부분을 잘라낸다. 애호박은 반으로 잘라 대각선으로 6등분한다.
5 물과 버터, 레몬주스, 소금을 섞어 케일(혹은 계절 잎채소)을 데칠 물을 만든다.
6 양 뼈와 살을 이용해 램 쥐를 만든다. 어려울 경우 양파, 당근, 셀러리, 다시마, 표고버섯을 포도씨유로 가볍게 볶아낸 뒤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어 200℃로 예열한 오븐에 20분 로스팅한다. 여기에 물을 붓고 약한 불에 1시간 끓여 걸러낸 뒤 졸이고 셰리 식초로 만든 비니그렛과 케이퍼를 재운 소금물을 섞어 램 쥐 대신 사용해도 된다.
HOW TO COOK
1 양갈비는 아주 약하게 밑간을 해 55℃의 오븐에서 50분 정도 익힌다. 숯불에서 겉면이 노릇한 색깔이 나올 때까지 굽는다.
2 붕장어는 아주 연한 튀김 반죽을 만들어 붓으로 바른 뒤 멥쌀가루를 골고루 묻혀 180℃의 기름에 40초 정도 튀긴다.
3 애호박은 간한 뒤 포도씨유를 두른 팬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4 케일은 만들어둔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친다. 케일 잎에 애호박과 붕장어를 감싸서 접시 위에 올린다. 케일 위에 로즈메리 갈릭 오일, 램 쥐를 뿌려 마무리한다.
5 양갈비에 허브 오일을 붓으로 바른 뒤 카마르그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케일 옆에 올려 완성한다.
임프레션 L'Impression
2020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2스타를 받은 임프레션은 2022년 2월부터 윤태균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면서 새롭게 거듭났다. 정제된 본질의 직관적인 맛을 추구하는 계절 요리를 와인 페어링과 함께 코스로 즐길 수 있다.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64길 24 5층
— 오후 12~3시, 오후 6~10시(일~월요일 휴무, 화요일 오후 6~10시)
— 02-6925-5522
Edit 양연주 | Photograph 박재현(그리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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