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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호의 주옥

  • gmthp1
  • 2022년 1월 25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7월 28일

JOO OK

신창호의 주옥

오랜 시간 한식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신창호 셰프. 스스로 매일 최선을 다하는 셰프일 뿐이라고 겸손을 표하지만, 그의 음식에는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주옥같은 맛이 묻어 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주옥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가 발표한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2스타로 승격되었다는 점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기도 어렵지만, 별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주옥은 2018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이후 현재까지 미쉐린의 별을 꾸준히 유지해온 레스토랑이다. 6년 전 청담동 골목의 아주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주옥은 1년 6개월 만에 꽤 빠른 속도로 스타 레스토랑이 되었다. 더플라자 호텔로 자리를 옮겨 4년간 1스타를 유지하다가 2022년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으로 승격됐다. 신창호 셰프의 주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화하는 한국 계절의 맛을 표방한다. 또 친숙한 식재료지만 새로운 한식으로서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는 곧 셰프의 요리 핵심이기도 하다.


신창호의 주옥
셰프가 약고추장을 발라 굽기 전 랍스터를 손질하고 있다.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먼저 식초를 담글 정도로 식초와 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요. 작업할 때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늘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지금도 무언가를 할 때 그때 쏟은 절실한 마음을 덧입히고 있어요.” 신창호 셰프는 직접 산지를 찾아다니며 장을 담그는 일에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셰프가 주옥이라는 이름처럼 구슬과 옥 같은 귀한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셰프에게 주옥은 어떤 곳이냐 물었더니 다소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주옥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곳이에요. 가장 가까운 어제와 다르고 모든 것이 그대로가 아니죠. 처음 주옥을 오픈했을 때는 자금이 부족해 공간이 협소하고 낡은 기물을 사용했지만 매달 수익이 생기면 멋진 기물과 그릇을 구입하며 아낌없이 투자했던 것 같아요. 매 순간 더 나은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니 지금의 주옥이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 해를 넘기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주옥을 만들겠다는 셰프의 마음가짐. 그가 묵묵히 걸어온 긴 시간이 비로소 현재 주옥의 모습으로 증명되고 있다. 신창호 셰프와 주옥은 그런 곳이다.



신창호의 주옥
랍스터와 홍합을 다져 넣은 약고추장 소스를 랍스터와 애호박에 발라 구운요리. 곁들인 나물오일과 산초 고추 오일, 단새우 머리로 만든 비스큐 소스에 된장을 섞어 만든 소스가 조화를 이룬다.


신창호의 주옥
신창호 셰프의 내공이 느껴지는 주옥의 코스 요리. (사진 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직접 담근 발효초로 만든 맞이 음료 ‘산사화채’, 제주산 겨울 비트 말랭이와 잣 타르트, 간장 찜닭 크로메스키, 국내산 한우 고추장 육회와 달걀 노른자 젤리, 동해안 참문어 숙회와 고추장 생강초 소스에 버무린 절인 오이, 살짝 익힌 홍새우와 된장 소스에 무친 깻잎 순 나물, 숙성한 방어회와 으깬 두부에 버무린 톳 장아찌, 약고추장 소스를 발라 구운 랍스터.


셰프의 시그너처


셰프는 매주 1회 경동시장을 찾는다. 이틀은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으로 향한다. 시장과 농장을 찾는 것은 주옥을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키는 셰프만의 철저한 루틴이다. 셰프에게 시장은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곳이다. 딱히 살 물건이 없더라도 시장에 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마다 나오는 나물을 보기 위해 경동시장을 주로 찾아요. 나물은 제 생각보다 빠르게 나올 때도, 느리게 나올때도 있어서 시장에 자주 가지 않으면 철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시기적으로 변동성도 크다 보니 직접 장에서 눈으로 보고 맛을 본 후 결정해요. 제철 식재료를 무조건 쓰기보다 그해, 그 시기에 어떤 나물이 맛이 좋은지 판단해서 메뉴에 활용하는 편이에요.” 셰프는 시장만큼이나 흥미로운 곳으로 농장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농장에서는 직접 재배한 채소와 꽃, 씨앗, 허브는 물론 산지에서 올라오는 맛있는 식재료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어요. 독특한 재료를 찾으러 농장에 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농장에 다니지 않으면 놓치는 일상적인 식재료가 많죠. 예를 들어 딜이라는 허브는 주문할 경우 잎만 사용할 수 있지만, 농장을 꾸준히 찾다보면 허브의 새순부터 어린잎, 여린꽃, 만개한 꽃, 여린 열매, 단단한 열매까지 생애 주기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이 부분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시장과 또 다르게 농장에서 는 계절에 따라 나오는 산물의 흐름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고요. 덕분에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메뉴에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점이 흥미롭죠. 제가 농장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에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농장에 가는 일은 절대 게을리하지 않아요.”


신창호의 주옥
각종 발효 초를 진열한 선반장.

그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요리는 훌륭한 식재료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발효와 전통에 집중해 30여 가지 식초와 장을 직접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진주의 가족 텃밭에서 농사지은 들깨로 짠 들기름만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가 어릴 땐 할머니께서 들기름을 귀하게 여겨 손주들이 오면 약처럼 한 수저씩 주셨어요. 그때 맛본 들기름 한 숟가락이 귀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로 느껴졌죠. 저에게는 귀한 추억이 있는 식재료예요. 그리고 진주에 계신 장모님이 손수 들깨 농사를 지어 들기름을 짜주셨는데, 그때 갓 짠 들기름을 처음 먹어보고 지금까지 먹은 들기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맛을 주옥을 찾는 분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었죠.”


주옥의 코스 메뉴 중 ‘주옥의 맛’은 신창호 셰프의 요리 세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신선한 들기름을 시작으로 울진에서 올 라온 전복소라, 직접 담근 산초 간장에 재운 메추리알, 주옥의 조선간장 소스, 지리산에서 키워 채취한 캐비아까지. 셰프가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식재료를 조화롭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이 셰프는 올해도 분주할 예정이다. “주옥의 장맛을 좀 더 완성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경북 영주의 무량수라는 곳에서 주옥의 장을 제대 로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이토록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갈망이 끝이 없기에 주옥의 미래는 밝다.



신창호의 주옥
음식 본연의 색감을 돋보이게 해주는 주옥의 백자 그릇.

신창호의 주옥
주옥의 테이블에 세팅하는 전통적인 천 주머니. 주옥에서 사용하는 놋수저를 담는다.


변함없는 마음가짐


셰프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음 요리사의 꿈 을 꾸었다. 스무 살, 조리학과 입학과 동시에 레스토랑에 취업하며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로마스에서 첫 경험을 쌓았다. 이후 군대에 입대해 간 부 식당에서 근무하며 밑반찬부터 국, 찌개, 탕 등 한식 전반을 배웠다. “제가 유일하게 한식을 배운 곳이 간부 식당이었어요. 이때 한식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익히면서 한식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죠.” 제대 후 이탤리언 레스토랑과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가며 국내에서만 15년간 요리사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30대 중반의 나이에 미국 마이애미의 일식당 ‘노부’로 떠났다. 늦은 나이에 떠난 꿈의 레스토랑 노부에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셰프는 앞으로 자신이 펼칠 요리 세계에 큰 바탕을 다지게 되었다. 요리사로서 다양한 경험을 한 셰프에게 가르침을 준 스승은 누구일까. “지금까지 요리를 해오면서 수많은 스승을 만났죠. 처음 요리를 가르쳐준 셰프님, 동고동락했던 선배들, 동료들 모두가 저의 스승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조희숙 셰프님께 연락을 드려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조리법뿐 아니라 인생에 어려움이 생길 때도요.”


미쉐린 2스타로 승격된 후 셰프는 생각이 많아졌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 새로운 목표와 방향, 마음가짐을 정립하기 위해서다. “여느 셰프에게나 미쉐린의 별은 꿈같은 존재인 듯해요. 저 또한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 미쉐린 스타를 받는 게 꿈이었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식재료와 요리를 대하는 데 있어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지켜왔기 때문에 저에게 미쉐린 스타는 영광이자 자랑입니다.” 꿈을 이룬 셰프는 어떤 화려한 스펙이나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인내를 꼽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셰프가 되기 위한 많은 기본기를 배우고 갈고닦 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간을 충실히 다지다 보면 셰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아닌 두 번 미쉐린의 꿈을 이룬 셰프에게 그다음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언젠가는 해외에서 한식을 알리고 싶어요. 한식을 가지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순간을 생각해요. 또 올해 저를 비롯해 직원들 모두 기본기를 더욱 갈고닦는 것을 목료로 삼으려고 하고요.” 신창호 셰프는 지금까지 걸어온 요리 인생 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기와 마음가짐을 늘 되새기며 오늘도 자신의 새로운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빛나는 별을 안고서.


신창호의 주옥
주옥의 큰 창은 서울 시청과 광장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내 도심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주옥

서울의 중심이 내려다보이는 더플라자 호텔 3층에 위치한 주옥은 발효와 전통에 집중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한식을 선보인다. — 점심코스 12만원 / 저녁코스 22만원 — 서울시 중구 소공로 119 더플라자 호텔 3층 — 점심 12:00~15:00, 저녁 18:00~21:30(월요일 휴무)

— 010-4461-1193




Edit 박솔비 | Photograph 박재현 | Cooperate 미쉐린 가이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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