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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앤플라워 김희은·윤대현 셰프

  • gmthp1
  • 2021년 1월 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2월 9일

GREAT MARIAGE

한 건물에 레스토랑, 스튜디오, 작업 공간을 만드는 것. 연애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꿔온 일이다. 두 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자신들의 꿈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한식과 양식, 이국적인 식재료와 친숙한 맛을 선보이는 소울다이닝은 <2021 미쉐린 가이드 서울> 플레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그들의 또 다른 레스토랑 에그앤플라워가 주목받을 차례다.


김희은·윤대현 셰프


같은 듯 다른 두 셰프


셰프는 외로운 직업이다. 모두가 쉬는 공휴일이 가장 바쁜 대목이고, 하루 한 끼도 제때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윤대현 셰프는 이런 직업 특성 때문에 결혼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향인 포항에서 맞벌이 부모님 대신 형, 누나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던 막내로 컸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제가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도 했대요. 데커레이션으로 과자를 위에 뿌리면서요.(웃음)” 직접 만든 음식으로 사람들에게 기운을 돋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당시 포항에는 ‘셰프’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재했다. 발품 팔아 건너간 미국에서 경험한 인턴십과 스타주Stage는 지금의 윤대현을 만든 토대가 됐다.


일찍이 적성을 찾은 윤대현 셰프와는 달리 김희은 셰프는 돌고 돌아 요리의 세계로 들어왔다. 예술과 연이 깊은 가정에서 자라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만드는 게 좋아 도예를 전공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그릇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보다 완성된 그릇에 무언가를 담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단 걸 깨달았다. 부모님의 반대에 가출까지 해가면서 진로를 바꿨다. 4년 동안 또 한 번 학부 과정을 끝내고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원도 진학했다. 남편 윤대현 셰프와의 관계가 깊어진 시기도 그때다. 둘 사이를 이어준 건 김 셰프의 학교 동문이자 당시 윤 셰프와 함께 스와니예에서 근무하던 김호윤 셰프다. “대학원 논문에 필요한 특수 식재료가 필요했는데 윤대현 셰프가 재료를 구해줬어요. 난감한 상황이라는걸 말하자마자 5분도 안 돼서 재료를 구해오더라고요.”



따로 또 같이


7월이면 결혼 4주년을 맞이하는 부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닮아간다. 바라보는 시선이 같아지니 성향도 비슷해진다. 두 사람이 늘 잘 맞는 건 아니다. 대범한 김희은 셰프와 섬세한 윤대현 셰프는 한식과 이탤리언이라는 둘의 전공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시간이 많으니 다투는 일도 있죠. 평소와 다른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면 직원들이 알아챌 수밖에 없어요. 직원들의 심기가 예민해지면 레스토랑 서비스에 영향이 가기도 해요. 그래서 출근하기 전에 억지로라도 화해합니다. 주로 윤대현 셰프가 많이 포용하고 보듬어주는 편이죠.(웃음)” 호칭도 마찬가지. 주방 안에서는 서로를 꼭 셰프라고 부른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함께인 두 사람이 정해놓은 철칙이다. 간혹 밖에서도 애칭 대신 셰프라고 부르는 남편이 서운할 정도라고. 마주하는 시간이 많으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일이 새벽에 끝날 때가 많아요. 남편의 마음으로는 쉬게 하고 싶죠. 지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힘들고 미안해요.” 셰프의 역할을 넘어 정해진 시간을 틈틈이 쪼개서 더 많은 일에 신경 써야 하는 오너의 입장이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힘들 때도 함께하니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마음은 커진다.



에그앤플라워
음악과 음식, 직원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에그앤플라워의 공간.


조화와 균형이 돋보이는 곳


에그앤플라워는 두 셰프의 합이 돋보이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재료의 합이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다. 메뉴에서 제면과 서양식 표현법에 강한 윤대현 셰프와 한식에 대한 깊은 조예와 식재료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김희은 셰프의 시너지가 느껴진다. 합을 맞출 때 가장 중요한 건 욕심내지 않는 것.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도움을 받는다. 제육볶음에서 영감을 받은 라구 파스타나 치즈가 아닌 볶은 참깨를 뿌리는 마무리 터치, 새우장에 곁들이는 당근 퓌레처럼 말이다. 곁들임찬도 특별하다. 오이가 아닌 알배추로 만든 에그앤플라워만의 피클은 시원한 백김치와 동치미를 먹는 듯하면서 피클의 존재감도 온전히 느껴진다. 하나의 메뉴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밸런스의 조절이 필요하다. 음식 외에도 레스토랑 위치부터 조명, 음악과 온도 같은 전체적인 분위기 흐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뷰 맛집으로 소문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방촌 끝자락의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풍경을 담기 위한 큰 창을 뒀다. 식사 시간 동안 수시로 변하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명화를 보는 듯 하다. 테이블 위도 놓치지 않았다. 두 셰프가 직접 디자인한 귀여운 로고가 새겨진 플레이트와 김희은 셰프가 매주 고속터미널 꽃 시장에서 사오는 센터피스, 말린 생면 장식은 메뉴를 더욱 빛내주는 포인트다. “레스토랑은 종합예술이에요.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있는 음식이어야 하지만 다른 요소도 중요하잖아요. 공간은 음식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나의 마리아주를 이뤄야 해요.” 단순히 ‘셰프’라는 직업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함께하는 모든 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합’을 만드는 일. 플레이트에 올라가는 에그앤플라워의 음식은 김희은·윤대현 셰프가 음식을 주제로 완성한 하나의 콘텐츠다.



에그앤플라워

김희은 셰프가 추천한 마리아주 ‘코지모 마리아 마씨니 다프네Cosimo Maria Masini Daphné’는 입 안 가득 여운을 주는 타닌감을 남기는 오렌지 와인이다. 특유의 꽃향기와 허브 뉘앙스를 더욱 잘 느끼려면 치즈 메뉴와 곁들이길 추천한다.


에그앤플라워

윤대현 셰프가 추천한 마리아주 ‘앤드 유니언 선데이 페일 에일And Union Sunday Pale Ale’은 과일 향과 산뜻함이 돋보이는 페일 에일이다. 맥주의 탄산이 파스타의 진한 버터 향을 정리해주고 자몽 특유의 향이 입 안을 깔끔하게 씻어내줘 파스타와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에그앤플라워 EGG & FLOUR

밀가루와 달걀만 사용해 반죽한 생면 파스타와 독특한 재료가 곁들여진 메뉴를 선보인다.

—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6길 35, 2층

— 02-3789-7681




Edit 김지현 | Photograph 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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