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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투리아스 미식 여행 1

ARMCHAIR ADVENTURE ASTURIAS

 
ASTURIAS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서 얻은 귀한 식재료, 전통 음식으로 또 다른 스페인을 만나는 미식 여행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값비싼 콩과 소시지로 끓여내는 스튜, 전통 방식대로 따라 마시는 시드라, 사프란을 넣어 익힌 수탉 요리를 맛본 여행기를 들어보자.


 

스페인은 다채로운 얼굴을 간직한 나라다. 열정과 활력이 넘치는 마드리드,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평범한 간식마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미식의 중심지 바스크. 눈을 돌려 또 다른 스페인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 아스투리아스Asturias로 떠나보자. 스페인 북부 해안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위치한 아스투리아스는 ‘에스파냐 베르데(녹색의 스페인)’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곳이다. 플라멩코 음악이 울려 퍼지고 무어 양식 궁전과 광장이 펼쳐지는 남쪽 지방, 아파트로 뒤덮인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의 휴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스투리아스는 소박하고 거칠지 만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빛 들판에 소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풀을 뜯고 목에 걸린 종에서는 정겨운 종소리가 울려펴진다. 아스투리아스는 이베리아반도의 일부라기보다는 영국 웨일스에 가까운 듯 하다.

내가 방문한 곳은 아스투리아스에서도 서쪽에 자리한 빌라데모로스Villademoros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의 음식은 피코스 데 유로파Picos de Europa와 같이 우뚝 솟은 산맥과 바위투성이 해안선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푸른 곰팡이와 쿰쿰한 향이 인상적인 블루치즈, 루비같이 붉은 색상의 고기, 갓 잡아 신선한 해산물로 풍성해진다. 또 바다와 산 사이의 좁지만 풍성한 숲에서 난 호두와 헤이즐넛으로 만든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아스투리아스의 오래된 전통 음식


18세기부터 아스투리아스 지방 사람들이 특히 즐겨 먹던 음식이 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콩인 파바 데 라 그랑하faba de la granja와 소시지를 넣어 끓인 따뜻한 스튜 요리인 파바다fabada다. 흰 강낭콩처럼 평범해 보이는 파바 데 라 그랑하는 스테이크보다 킬로그램당 가격이 높은 고가의 식재료로 꼽힌다. 농부인 호세 안토니오 페르난데스는 종이처럼 바스락거리는 꼬투리에서 귀중한 콩 한쪽을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콩은 파바 데 라 그랑하 상표를 붙이려면 매우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따뜻한 봄철의 토양이 씨를 감싸고 있다가 싹을 틔운 후 가을이 되어 마른 꼬투리가 되기까지 긴 여정을 거치죠. 콩이 자루에 담겨 팔려나가기 직전까지 도무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어요."


ASTURIAS
아스투리아스에서 나는 콩인 파바 데 라 그랑하. 봄에 씨를 뿌려 싹을 틔운 후 가을이 되어 꼬투리가 마르면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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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에서 귀중한 콩 한쪽을 꺼내 보여주는 농부 호세 안토니오 페르난데스.

나는 이 콩을 이용한 아스투리아스의 전설적인 요리 파바다를 맛보기 위해 산을 올랐다. 그리고 산 페드로 데 파레데스San Pedro de Paredes 마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모습으로 자리한 레스토랑 카사 엘 오비스포Casa el Obispo(주교의 거처라는 뜻)에 들러 파바다 한 그릇을 주문했다. 버터같이 부드러운 콩 사이에 주먹만 한 초리소 소시지와 훈제 모르시야morcilla(피 소시지), 염장 돼지고기가 들어 있는 스튜가 김이 펄펄 나는 상태로 식탁에 올랐다. 국물보다는 건더기가 푸짐한 파바다는 콩의 부드럽고 구수한 맛과 국물에 잘 우러난 깊은 소시지의 향이 인상적이었다. 레스토랑 오너의 말에 따르면 콩과 엠부티도스embutidos(염장 육류) 모두 마을에서 생산한 것이며 엠부티도스는 매년 11월 돼지를 잡을 때 나온 고기로 만든다고 한다. 들판에서 땀 흘려 일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든든한 식사가 될 만한 푸짐한 스튜 한 그릇이었다. 그리고 약간 기름진 입맛을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사과주 시드라 한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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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바 콩을 넣어 만드는 아스투리아스의 전설적인 요리 파바다fabada 스튜.

본격적으로 시드라의 맛을 시음하기 위해서 아스투리아스의 주도 오비에도Oviedo로향했다. 14세기 고딕 양식 대성당 주변의 고요한 광장을 돌면서 한 무리의 음악가가 백파이프와 드럼을 연주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가이드북에서는 사과주라면 오비에도의 ‘사과주 대로’라 불리는 카예 가스코나Calle Gascona를 추천하지만, 현지인이 안내한 곳은 호텔 엘 오베텐스에 자리한 시드라 전문 레스토랑이었다(hotelovetense.com).


그곳에 도착한 때는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인 3시였고, 나는 야외 테이블에서 아스투리아스의 명물 전통 사과주 따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놀랄 만한 높이에서 사과주를 따라 거품이 나도록 했다. 실제로 높은곳에서 따르는 것이 맛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연극적인 효과가 있었다. 손님이 사과주를 거의 다 마시고 나면 종업원이 다시 달려나와 같은 식으로 사과주를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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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발효주 시드라는 아스투리아스 지방 특산품 중 하나. 전통 방식으로 거품 가득 나게 따르기 위해 극적인 높이에서 따르는 모습.




Words & Photograph 클레어 하그리브즈Clare Hargre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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