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새로운 별
- gmthp1
- 2022년 1월 5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7월 28일
2022 NEW STAR

올해로 여섯 번째 발간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의 별을 받은 레스토랑 코자차는 서울의 미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레스토랑이다. 문을 연 지 2년 만에 미쉐린 별을 처음 획득한 코자차를 찾았다.
최유강의 코자차KOJACHA
한국인 셰프(Ko)가 만드는 일식(Ja) 과 중식(Cha)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지닌 코자차는 동양의 맛을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셰프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코자차는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창의적인 요리로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최유강 셰프는 환한 표정과 넘치는 에너지로 코자차를 이끈다.

코자차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해태상을 보고 손님들은 정확히 코자차를 찾는다.
독특한 레스토랑 코자차
지난 11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가 발표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크게 회자된 레스토랑이 있다. 미쉐린 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프렌치, 컨템퍼러리 레스토랑이 아닌 중식과 일식을 선보이는 아시안 레스토랑 중에서는 최초로 별을 획득했다는 점과 푸드 신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새롭게 떠오른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한국인 셰프(Ko)가 만드는 일식(Ja)과 중식(Cha)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지닌 코자차는 중국요리에 뼈대를 두고 일식의 가이세키 요리와 한식을 가미한 요리를 선보인다.
“한식, 일식, 중식을 한 접시에 조화롭게 담아낸 요리가 아니라 각각의 완성도 높은 요리를 내는 곳이에요. 중식과 일식이 번갈아가며 차례대로 나오죠.” 최유강 셰프가 운을 뗐다. 호텔신라 중식당 팔선 출신의 최유강 셰프를 필두로 일식 전문 조영두 셰프의 뒤를 이어 진봉민 셰프와 함께 의기투합해 문을 연 코자차는 음식의 완성도를 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본질에 집중한다. 코자차 요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깊이감 있는 중식과 일식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녹여내려고 해요. 김치찌개나 짜장면처럼 한국인 뼛속 깊이 간직된 솔 푸드 말이에요. 세상에 맛있는 요리는 많고 시장은 포화 상태예요. 새로운 요리가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죠. 그런 시장은 충분하니까 솔 푸드를 제대로 하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수준까지 본질에 집중해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코자차의 방향이에요. 일식과 중식이 차례대로 나오는 코스 구성이 어색할 수 있지만 셰프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호텔신라 시절 중식당 팔선과 일식당 아리아께가 나란히 있어 그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해요. 짜장면에는 단무지도 좋지만 잘 익은 김치를 척 얹어 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셰프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호텔신라의 팔선을 뛰어넘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열정과 철학으로 음식의 완성도를 ‘궁극’으로 표현한다.

매장 한쪽에 크게 자리한 오픈 키친. 이곳은 요즘 슈바인 학센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코자차에 오기까지
최유강 셰프의 전공은 건축학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호텔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1992년 본격적으로 요리사로 활동하며 국내 유명 호텔 주방을 거쳐 호텔신라에 입사했다. 2007년에는 호텔신라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조리 R&D 팀 멤버로 호텔 내 메뉴를 개발했다. 국내외를 막론한 최고의 식자재 발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TF 팀으로도 활동했다. 동시에 중식당 팔선과 파크뷰를 이끌며 역량을 펼친 셰프는 그 공을 인정받아 최연소 주방장이 되었고, 청와대의 요청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다. 호텔신라에서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온 셰프는 자신만의 또렷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가거도 건해삼, 하동 쑥식초, 5년 이상 된 태평염전 소금 등 뛰어난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셰프의 열정이 식재료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코자차의 시그너처 요리에 사용하는 샥스핀은 현지에서 직수입한 청새리상어 꼬리지느러미만 사용한다. 성분 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해 안전 테스트를 통과하기도 했다.
“최적의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호텔신라 시절부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로 출장을 자주 갔어요. 최고의 생산자, 도매상과 관계망을 넓혀간 결과 코자차 요리에도 최고 퀄리티의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죠. 호텔신라 시절 R&D 팀과 TF 팀에서 쌓은 경험이 큰 영감의 원천이 됐어요.”
자연스레 해외를 많이 다닌 탓에 지금도 셰프는 쉬는 날이면 시간을 내 미식 여행을 자주 떠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도쿄의 사젠카Sazenka. 일본 정통 가이세키 요리를 하던 셰프가 중식에 매료되어 가이세키 요리와 중식을 함께 선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지난해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당시 동행한 김기영 교수는 이마트 노브랜드와 허니버터칩 디렉팅을 맡았던 분으로, 저와 절친한 사이예요. 둘이서 늘 이상적인 요리와 레스토랑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런 곳을 실제로 보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죠. 그때 서울로 돌아가면 사젠카 같은 레스토랑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일식이든 중식이든 고유의 개성은 지키며 조화롭게 밸런스를 맞추는 레스토랑을 꿈꾸던 셰프는 서울로 돌아와 양재동에 작은 푸드 랩을 열었다. 셰프가 편안하게 요리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자 셰프를 찾아오는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었다. 코자차는 1년 후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바로 그해 미쉐린 별을 받았다. 청담동 코자차에서 최유강 셰프는 새로운 시작과 나란히 ‘셰프 최유강’의 또 다른 도전을 살며시 예고했다.

코자차의 공간은 이마트 노브랜드와 허니버터칩, 건대 커먼그라운드를 디렉팅한 김기영 교수의 기획을 더해 완성했다. 1950~196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 빈티지 조명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자차의 프라이빗 룸 내부. 마치 아트 편집숍 같은
코자차의 공간은 조명과 그림, 그릇 모두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셰프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최유강 셰프는 골동품 수집에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다. 출장이나 여행을 떠나서도 그릇을 보러 다니는 일은 빼놓지 않는다. “오래된 골동품 가게를 찾아다니며 만난 그릇을 보면서 어떤 메뉴를 담아낼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그릇에 잘 어울리는 요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만들지.”
코자차 하면 바로 떠오를 만큼 대중에게 또렷이 각인된 그릇이 있다. 청나라 황후가 쓰던 공작새 비눗갑을 복각한 기물이다. 코스의 첫 요리인 전복 냉채를 담는 코자차의 시그너처 디시다. 매장 곳곳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하나씩 사 모아온 청나라 시대의 도자기부터 장인이 직접 놋쇠를 두드려 펴 만든 놋수저까지, 구하기 어려운 그릇을 만날 수 있다.

셰프가 곧 손님들에게 서비스할 그릇을 꺼내 보여주었다.
모두 청나라 시대에 사용하던 오래된 도자기로 셰프에게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아이템이다.
“제가 존경하는 셰프가 뉴욕의 프렌치 런드리와 퍼 세의 토머스 켈러 셰프예요. 켈러 셰프가 자신의 이름을 딴 그릇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았죠. 그리고 저도 비슷한 꿈을 꾸었어요.” 셰프의 꿈에 비로소 가까워지는 것일까. 최근 셰프가 원하는 그릇을 최고의 작가와 함께 만들어 새로운 메뉴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무척 기대된다고 말한다. “토머스 켈러의 훌륭한 요리도 멜라민 그릇에 담으면 그 음식의 가치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릇과 음식은 처음부터 하나라고 여겨서 제가 음식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셰프는 지금도 여전히 시간이 날 때마다 골동품 가게를 찾는다. 구석구석 깊숙이 숨어 있는 그릇을 꺼내고 셰프의 요리를 담아내면서 “아, 이건 코자차다”라는 말을 건네게 하는 작품을 빚어내고 있다.

빼곡한 그림과 사진이 걸려 있는 작은 룸. 이곳에서는 2인이 프라이빗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프라이빗 룸으로 가는 통로. 기다랗고 좁은 이곳도 조명과 그림으로 채웠다.
코자차는 완성 중
분주했던 레스토랑 영업이 종료되고 늦은 밤이 되면 셰프의 업무가 또다시 시작된다. 주로 당일 방문한 손님의 피드백이나 다음 날 방문할 손님의 특이 사항 등을 체크한다. “저를 보고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아 손님의 취향을 체크하는 것은 오래된 단골을 위한 저만의 약속이에요.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코자차의 기본 메뉴를 제공하고, 두 번째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취향을 물은 후 메뉴를 다르게 구성해도 되는지 확인해요. 두 번째 방문부터는 기본 메뉴가 아닌 손님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메뉴를 제공하는 거죠.”
코자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에 네 번 크게 메뉴가 바뀌지만 재방문 때 새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어 메뉴가 수시로 바뀌는 셈이다. “양재동 코자차 시절부터 지금까지 곧 100번째 방문을 앞둔 손님이 계세요. 그리고 한번 찾더라도 식사를 맛있게 드신 손님의 표정을 봤을 때 뿌듯함을 느끼죠. 저를 믿어주시는 손님을 위해 최고로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곧 제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이고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코자차는 미완성이에요. 코자차만의 정체성과 본질에 집중해 완성에 가까운 코자차를 보여드리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셰프의 바람처럼 코자차는 오늘도 과감한 시도를 꾀하며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쪽 요리부터 차례대로
멜론 시미로 — 14브릭스 이상의 양구멜론과 대봉감 홍시를 3일간 후숙한 후 멜론을 먹기 좋은 크기로 조각내 곱게 간 대봉감 홍시를 채워 비벼 먹는 디저트.
해산물 냉채 — 완도산 전복과 샌드해파리, 대하, 홋카이도산 가리비에 세 가지 식초를 블렌딩해 만든 소스를 곁들이고, 안동에서 직접 농사지어 짜낸 참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한 코자차의 시그너처 디시.
슌노사카나旬の肴 — 숭어 어란, 청어알, 햇유자 등 각 계절에 맞춰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한 안주 요리로 맛뿐 아니라 눈으로도 즐기는 디시.
코자차
셰프의 열정과 철학으로 완성도를 ‘궁극’으로 표현한 중식과 일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
— 점심 코스 13만 원 / 저녁 코스 25만 원
—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97길 17
— 점심 12:00~15:00, 저녁 18:00~22:00 (일요일 휴무)
— 010-9023-7771
Edit 박솔비 | Photograph 심윤석 | Cooperate 미쉐린 가이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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