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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 건강에도 이로울까?

WHY NATURAL WINE?

 

일부 와인에 소량의 아황산염을 넣는 것 외에 어떠한 인위적인 것을 넣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재배 방식을 따라 만드는 내추럴 와인. 건강에도 무조건적으로 이로울까?


 

내추럴 와인은 아직 공식 용어가 아니다.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처럼 정부에서 정한 규정도 없다. 내추럴 와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유기농법 또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자연적 방식으로 숙성한 와인이라고 하면 대체로 뜻이 통한다. 포도를 발효시킬 때 효모를 첨가하지 않고 산도를 조정하지 않으며 마지막 단계에서 여과하지 않는 것도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다. 내추럴 와인 중 하나인 오렌지 와인은 청포도를 껍질과 씨까지 함께 침용, 발효한 화이트 와인이다.


펫낫Pét-Nat은 효모와 당을 추가해 탄산을 더 많이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든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이다. 보통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아황산염을 사용한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은 아황산염을 넣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과거 유기농 와인이나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이 포도의 재배까지만 초점을 맞췄다면 내추럴 와인은 이후의 생산과정까지 자연 친화적 사고의 영역을 넓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이라고 다 훌륭한 건 아니다. 마케팅을 위해 내추럴이란 말을 가져다 쓴 게 아니냐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잘 만든 내추럴 와인에서는 기존 와인과는 전혀 다른 풍미가 느껴진다. 최근 바르셀로나, 코펜하겐, 페루의 리마까지 세계 여러 도시에서 떠오른 새로운 강자들이 개성 넘치는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선보이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내추럴 와인은 숙취가 없을까?


건강 면에서는 어떨까? 컨벤셔널 와인보다 내추럴 와인이 건강에 더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제법 많다. 마신 뒤에 숙취가 덜하다는 경험담도 자주 들린다. 하지만 아황산염은 원래 포도에도 들어 있고 와인 발효 과정에서 자연히 생겨나기도 한다. 아황산염은 와인의 산화를 막고 풍미를 보존하기 위해 쓰인다. 비유하자면 아황산염은 와인의 건강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아황산염을 전혀 넣지 않고 만든다는 제로 아황산 와인의 경우, 환원취라고 하는 이취가 나거나 와인이라기보다 포도주스에 가까운 맛인 경우가 많다. 아황산염이 두통이나 숙취를 유발한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 아황산염은 탄산음료, 프렌치프라이, 말린 과일에도 들어 있다. 와인 속 아황산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탄산음료(일반 와인과 비슷한 정도의 아황산염 함유), 프렌치프라이(와인보다 9~10배의 아황산염 함유), 말린 과일(와인보다 17~18배의 아황산염 함유)을 먹고 난 후에도 두통을 느껴야 맞는 이치다.


게다가 아황산염이 와인 속 두통 유발 성분이라면 레드 와인을 마실 때보다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 두통이 더 심해야 맞다. 화이트 와인은 열이나 빛에 불안정해 레드 와인보다 이산화황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드라이 레드 와인에 리터당 50~75mg이 들어 있는 반면 드라이 화이트 와인에는 100mg이 함유된 정도이다. 하지만 숙취는 같은 양일 경우 레드 와인을 마셨을 때 더 심하게 나타난다. 색깔이 진한 술일수록 숙취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말처럼 레드 와인에는 티라민, 히스타민 등의 두통 유발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물질은 와인을 만들 때 따로 첨가한 게 아니라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숙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이라도 너무 많이 마시면 숙취가 생기게 마련이고, 알코올이 들어 있는데 숙취가 없을 리 없다. 내추럴 와인도 마찬가지다.


알코올이 들어 있으니 머리가 아프고 숙취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숙취가 덜하다고 느끼는 것은 플라세보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숙취란 뇌에서 느끼는 것이며, 우리 뇌는 플라세보 효과에 취약하다. 미국소비자연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식품 라벨에서 ‘자연natural’이라는 문구를 보면 그 제품을 안전하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추럴 와인과 건강의 상관관계


내추럴 와인이 지금처럼 인기를 구가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 애호가라면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마셔온 술이 바로 내추럴 와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맞다. 그렇지만 그 수천 년 동안 인류가 축적한 술에 대한 지혜는 간단히 요약된다. 과음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주종보다 중요한 것은 주량이다. 내추럴 와인이라고 해서 마음껏 마실 수는 없다. 내추럴 와인이 장 건강에는 더 좋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와인 속 알코올을 감안하지 않고 하는 얘기다. 손 소독제 속 알코올이 그렇듯 와인 속 알코올에도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가리지 않고 장내 미생물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다. 내추럴 와인이 건강에 더 좋은 와인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추럴 와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밥보다 건강에 더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멋진 레스토랑을 찾아가 식사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굳이 건강과 결부하지 않아도 내추럴 와인은 마셔볼 만한 가치가 있다. 본래 와인이란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마시는 술이니까.


 


정재훈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 토론토에서 다년간 약사로 일했다. 음식만큼이나 사람들과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잡지, TV, 라디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음식과 약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정재훈의 식탐>,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가 있다.




Text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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