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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셰프

SAVE THE SEASON

 

식재료를 잘 쓴다는 건 셰프에게 큰 강점이다. 작물에 대한 이해 가 높을수록 음식의 완성도 역시 올라간다. 이현승은 그런 셰프 다. 한국에서 나는 토종 식재료뿐만 아니라 생소하고 이국적인 식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지, 어떤 방법이 맛을 가장 잘 이끌어내는지 알고 있다. 한 예로 그는 이미 몇 년 전 우리 밀로 파스타를 제면 하는 데 성공했다. 파스타는 대부분 조직이 단단한 듀럼 밀로 만 든다는 걸 착안해 수분 함량이 적은 앉은뱅이밀을 사용했다. 노련 한 기술은 발효에서도 톡톡히 나타난다. 분명 알던 재료임에도 발 효를 통해 색다른 맛을 표현해낸다. 이탈리아 가정식에서 영감을 받고 한국에서 생산된 재료로 그가 요리한 밤큔 메뉴 역시 풍성한 맛을 자랑했다.



SAVE THE SEASON


처음부터 셰프의 길을 걸은 건 아니었다고.

— 직접 요리를 하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외식업계에 종사했다. 마지막 직업은 커피 회사의 R&D 파트에서 근무했다. 본래 식음료의 관계가 서로 밀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음료가 아닌 음식을 다루 는 직업이 궁금했다.


그래서 떠난 곳이 이탈리아 피렌체다.

— 처음 계획한 곳은 미국이 었다. 유학을 가기 전 잠시 캐나다에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탈리아 로 가게 됐다. 원래 계획과는 달랐지만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모든 게 흥미로웠다. 캐나다와는 다른 활기찬 도시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근교 농장을 방문하고 직접 체험하는 수업을 가장 좋아했다. 산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레 식재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탈리아는 발사믹 식초나 살라미, 치즈처럼 발효 식품이 발달한 국가다.

— 한국처럼 자연스레 접하는 발효 음식이 많다. 고대 로마 시대의 채소 저장법이나 이탈리아 지역 음식의 전통 레시피를 찾아보면 역사가 길다. 이탈리아 발효 식품은 무를 소금에 절이거나 식초, 겨자씨에 담그는 등 재료를 오래 저장하는 방법에서 비롯됐다. 안초비 역시 그중 하나다. 치즈나 와인, 살라미도 긴 시간과 과정을 지나 지금의 맛에 도달한 듯하다.


셰프로서 느끼는 발효의 매력은 무엇인가.

— 발효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준다. 발효된 재료가 주는 새로운 맛과 높은 저장성은 요리하는 사람에게 큰 축복이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와 맛을 보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재료를 적용해 또 다른 메뉴를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요리가 쉬워지는 장점도 있다. 레스토랑 ‘아까h’를 운영할 때 고민이 많았다. 혼자 모든 걸 해야 했기 때문에 더 빠르고 편하게 맛을 내는 방법, 남는 식재료를 저장하는 방법이나 미리 만들어놓고 쓸 수 있는 요리를 연구했다. 발효 레몬이나 효소, 안초비, 채소절임이나 치즈 같은 발효 식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발효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 많은 사람이 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 발효는 주재료와 미생물, 그리고 온도와 시간, 산성도, 공기와 같은 발효 환경과 소금, 설탕 등의 부재료까지 모두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낸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재료가 좋은 균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주로 어떤 발효법을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 발효는 저장성을 높이거나 양념 개념으로 사용한다. 전통적인 발효 레시피에 착안해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거나 향신료를 추가해 맛을 더한다. 발효 레몬의 경우 레몬 대신 금귤이나 탱자로 실험하기도 했다. 재료는 철마다 다른 맛을 낸다. 그때마다 생으로 먹는 게 맛있을 때가 있고 발효되었을 때 그 이상의 맛을 내는 재료가 있어 다양하게 시도해본다.


발효 방법은 무엇을 참고하는가.

— 고서를 참고한다. 고대나 중세의 레시피 책을 보면 흥미로운 발효 이야기나 레시피가 가득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식으로 사용했는지 대한 기록을 찾아보기도 한다. 한국의 고조리서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옛 조리법에서도 도움을 얻는다.


지난 1월 밤큔을 진행했다. 큔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 큔의 김수향 대표는 마르쉐@에서 처음 만났다. 운영하던 레스토랑 ‘아까h’가 수카라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왕래가 잦았다. 작년 1월 큔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가까워졌고, 좋은 기회로 밤큔 프로젝트의 두 번째 게스트 셰프가 됐다.


밤큔 메뉴로 발효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받았다는 평이 많다.

— 식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 요리하는 걸 좋아해 양념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밤큔 메뉴도 식재료에 초점을 뒀다. 큔의 발효 제품과 식재료 조합을 상상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보완할 수 있는 메뉴를 구성했다. 나 역시 쿰쿰한 발효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 발효의 향과 맛의 세기에 주의했다. 발효에 대한 식견이 적은 만큼 많은 의견을 수용하고 흥미롭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최근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확실히 요식업계에서 발효는 뜨거운 감자다. 그중에서도 콤부차나 케피르 같은 음료나 젖산 발효를 이용한 식품, 미소·템페와 같은 콩 발효 식품의 인기가 눈에 띈다. 해외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발효의 왕’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치즈, 와인, 빵 등의 서양 식품은 더 이상 그들의 눈에 흥미롭지 않아 동양 발효 식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전 세계의 많은 셰프가 한국의 발효를 배우러 왔을 정도로 한국 발효 음식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에서도 비건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발효 식품 역시 각광받는 추세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식재료부터 친숙한 우리의 음식까지 좀 더 보편화되고 비중 있게 다뤄질 것 같다.


가정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발효법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 요리에 사용하고 남는 채소와 과일을 이용하자. 남은 재료를 소금에 절여 발효하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발효되는데, 이때 풍미가 더해진다. 오래 발효할 필요도 없다. 적게는 2~3일, 많게는 4~5일 정도 가볍게 발효시키면 된다. 완성한 발효 음식은 가볍게 볶아 먹거나 양념을 더해 먹는다.


 

SAVE THE SEASON

누룩 향을 입힌 전복과 알배추

다시마와 누룩을 넣고 쪄 향을 입힌 전복과 바다포도, 이맘때 달고 맛있는 알배추로 만든 요리. 기존의 해산물과 채소가 주는 맛에 저온에서 말린 누룩을 가루로 내어 만든 소스와 누룩과 오일을 발효한 레시피로 풍미를 더했다.


우오보 인 라비올로

라비올로는 라비올리를 크게 만든 걸 의미한다. 동그란 라비올로 안에 소금물에 발효한 날달걀노른자와 펜넬, 리코타 치즈를 넣어 만든 우오보 인 라비올로. 소스에 사용한 발효 레몬은 주로 모로코 요리에 사용되지만 이탤리언 음식에도 자주 보이는 재료다. 감칠맛이 돋보이는 발효 레몬으로 만든 버터 소스를 라비올로에 얹어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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