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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건강 그리고 감각

SAISON. SANTE. SENS

 
알랭 파사르 셰프가 꼽는 최상의 식재료 선정 기준은 계절성, 질 좋은 씨앗, 깨끗한 땅에서 자란 것이다. 토종 씨앗 연구에 깊이 관여하고, 사라진 옛날 채소 맛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1년,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라르페주’의 알랭 파사르 셰프는 육류 메뉴를 배제한다고 선언했다. 20년 이상 자연주의 퀴진을 고집한 알랭 파사르 셰프에게 자연에서 얻은 재료는 계절saison이자 건강santé이며 영감으로 이어지는 감각sens이다.


 


자연주의 퀴진의 시작


1986년 알랭 파사르 셰프는 파리에 ‘라르페주L'Arpège’를 오픈하고 1996년 미쉐린 3스타를 받는다. 미식가들에게 찬사를 받던 알랭 파사르는 2001년 갑작스럽게 라르페주에서 육류 메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육식 문화가 가장 발달한 프랑스에서 육류 메뉴를 없앤다는 것은 재앙에 가까웠다. 지금은 채소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지만, 20년 전만 해도 프랑스 사람들은 채소를 아주 싫어했다. 채소는 부모가 가난할 때 해주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을 정도였으며, 메인 재료인 고기 요리에 곁들이는 가니시 정도로 생각했다.


“한순간에 갑자기 일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금류를 비롯한 육류를 요리하는 방식과 당근과 무를 조리할 때의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갖고 싶었지요. 좀 더 시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고, 식물 측면에서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색감을 아주 중요시 여기고, 채소를 요리한다는 것은 굉장히 예술적인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금류를 비롯한 육류를 요리할 때는 색과의 유희를 즐길 수 없다. 자신의 농장에서 100% 유기농으로 키운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의 결심과 실천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일류 레스토랑 어디에서나 채소 중심의 메뉴가 강화되고 자리 잡게 된 시작점이었다.


알랭 파사르 셰프의 자연주의 퀴진은 식물적 접근이 아니라 계절의 속도를 받아들이면서 진화했다. 그의 농장에는 봄이면 아스파라거스가 자라고, 여름에는 토마토가 열린다. 그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요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자연을 담고 건강에 이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전 세계 미식에 영향을 끼치는 그랑 셰프가 아니더라도 음식은 단순히 요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계절에 충실한,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은 건강에 이롭다. 기온이 30℃에 다다르는 더운 날씨에 토마토나 오이, 멜론을 먹으면 과채에서 물 한 잔에 가까운 수분이 나오기에 갈증이 해소된다. 그 반면에 0℃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는 감자, 파, 셀러리 등 겨울 채소로 원기를 북돋는 수프를 만든다.


알랭 파사르 셰프의 시그너처 디저트는 한국의 유기농 농장에서 가져온 사과로 완성했다. 사과를 얇게 돌려 깎아 만들어 아삭한 식감이 입맛을 돋우는 장미 꽃다발 사과 타르트.



바라본다, 향을 맡는다, 그리고 맛을 음미한다


알랭파사르 at 루이 비통의 팝업 레스토랑 주방에는 모든 요리사가 읽을 수 있게 두 문장이 적혀 있다. ‘너의 제스처를 없애라. 그리고 너의 손을 지워라.’ 의역하자면 기술적인 부분을 배제하라는 의미다.

“저는 테크닉을 싫어합니다. 아니, 무서워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합니다. 사람들은 테크닉을 부정적인 의미로 쓸 때가 많죠. 굳이 나의 테크닉을 든다면 사람의 손길이 세 번 이상 닿지 않는 것입니다.”


똑같은 요리를 하며 열두 번의 손길을 더할 수도 있지만, 그의 테크닉은 세 번의 손길(세 가지 제스처)로 완성하는 것이다. 최상의 식재료 맛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한 방침이다. 예술의 경지에 오르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작업을 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계속 첨가하는 것은 굉장히 쉽다. 하지만 단순함의 미학을 담는 건 어려운 과정이다. 그가 말하는 세 가지 제스처는 식재료를 보고,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의 농장에서 키운 100% 유기농 당근을 예로 들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향을 맡고 맛을 느낀다. 그 자태를 느끼는 동안 당근을 요리할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 세 가지 제스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요즘 요리사들이 이러한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제스처가 끝나면 이제 당근을 익힌다. 어떻게 자를지 결정한다. 동그란 모양으로 썰지, 길게 표현할지 고민한다. 그러고 나서 냄비에 물을 조금 붓고 신선한 버터를 넣은 다음 아주 서서히 오랜 시간 익힌다. 그러면서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그러면 프랑스식 요리가 생각나고, 감성이 어디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레시피가 만들어진다.


알랭 파사르 셰프도 일상에서 고기 요리를 가끔 즐긴다. 단, 이력이 확실한 육류로 만든 요리에 한한다.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려면 육류도 필요하다.

“앞으로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터, 치즈, 크림, 달걀을 쓰지 않고 맛있게 요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에 도전할 마음이 생깁니다. 이 비건 레스토랑에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채소 음식이 이렇게 맛있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안기고 싶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한국의 채소로 만든 프로방스 풍의 ‘코트다쥐르 라따뚜이’. 식감과 향이 제각각 다른 채소와 민트 향 가득한 드레싱이 매력적이다.




Edit 양연주 | Photograph 루이 비통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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